■ 전문가 칼럼 -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정책방향

▲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여성농업인정책·사업 인지도 낮아
성인지적 관점에서 여성 배려해야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나 농업·농촌을 방문하는 도시민이 늘어나며 농업은 6차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농가에서 직접 만든 식품의 맛과 가치를 소비자가 재인식하며, 여성농업인이 줄곧 해오던 ‘일’이 ‘가족 건강’을 지키며 ‘지역의 식문화’를 보전하는 핵심노동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과거 농업 보조자에 머물렀던 여성농업인이 여성의 속성인 보살핌과 상호배려의 능력을 농업의 6차 산업화로 발휘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안전한 먹거리 공급에 신뢰를 주는 생산 주체로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농업인에 대한 역할이 커지고 기대수요도 높아지지만, 여전히 농가 자산인 농지나 가옥 등의 부동산은 80% 이상 남편 명의이고, 토지 매매, 영농자금 대출 등 의사결정에 여성이 관여하지 않는 비율이 40%에 이른다. 또한 자신의 지위를 무급 가족종사자로 인식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는 2001년 여성농업인육성법을 제정하고 여성농업인 육성 5개년 계획이 실시되고 있으나 정작 여성농업인이 느끼는 정책의 체감도는 낮다. 여성농업인 정책에 따른 제도나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50% 미만이고, 제도나 사업을 직접 이용하거나 참여한 제도와 사업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여성농업인 정책은 여성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단독 정책보다 농업정책 중 성인지적 관점에서 정책과 예산 수립에서 여성농업인을 배려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농식품부나 지자체에서 여성농업인 정책 담당자에게 성인지 교육을 실시하고,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여성농업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한편, 정책 수요자인 여성농업인은 연령, 규모, 농한기간,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으므로 이를 몇몇 정책 사업에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성농업인 정책의 지역 범위는 시군단위에서 지역 밀착형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여성농업인 정책 수립과 예산 지원을 위한 행정업무에 충실해야 하며,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얻는 효율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행정이 직접 관여하지 못하는 이해관계자의 협력은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여성농업인의 전문 교육, 창업·사업 컨설팅에 주력하고, 여성농업인단체는 현장감 있는 상향식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 지역의 여성농업인단체가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불편함을 문제제기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여성농업인의 권리향상을 위한 책임 인식이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여성농업인의 노동 및 경영 참가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것이 농업소득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현재 농업경영체의 위기이고 과제다. 또한 여성농업인이 농업의 2·3차 소득활동에 의향이 없는 비중이 40%로 높은 것은 농업생산 노동만으로도 과중함을 의미한다. 여성농업인이 과중한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여가를 활용한 취미생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 삶의 질 향상은 필요한 당면문제다. 이 문제에 대응하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일부 실시하고 있는 농가도우미 제도를 ‘농업인턴제’로 확대·시행하는 것이다. 여성농업인의 과중한 노동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일하는 여성농업인을 실질적으로 돕는 제도, 즉 여성농업인의 노동량을 줄이는 방안이다. 다만, 도우미란 용어를 ‘농업인턴’으로 바꾸고 도시 인적자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농촌지역에 숙식이 가능한 인프라 제공이 필요하다.
농업인턴제는 인턴에 참여하는 귀농인이나 청년이 농가 경영에 도움이 될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농가는 농업인턴의 도움으로 새로운 경영을 시도할 수 있다.

둘째, 여성농업인의 창업과 협력사업을 지원하는 방향이다. 여성농업인이 농업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경영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제공하는 것이다.
중규모 이상 농가의 여성농업인에게는 창업에 필요한 기술, 지식, 홍보 방법 등 지원하며, 일정 기간 후 스스로 창업하도록 독려한다. 반면, 독자적인 창업이 어려운 중소규모, 고령농에게는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여성농업인 창업과 관련해 지자체는 물적 지원보다 제도개선, 서류 구비의 일괄처리, 농가 소규모 가공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제정하거나 허가를 간소화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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