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사망자들이 생의 마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전문적인 완화의료제도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얼마 전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가 ‘나는 한국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책을 저술한 적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고달프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임종을 맞고 있으며, 이렇게 된 이유는 최근의 죽음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부족과 제도적·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과거에는 사망원인이 되는 질병은 주로 급성 감염성질환이었으며 질병의 말기로 사망이 예견되면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모시고 가서 가족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에 임종을 맞았다. 그래서 퇴원 후 사망하기까지 대개는 일주일 이상 끌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사망원인의 질병은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질병에 의한 사망이 예견돼도 사망까지의 기간이 1~2년 또는 그 이상 길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나 간호가 필요한 질병이어서 집에 모셔서 임종을 맞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득이 병원 또는 전문기관에서 진료, 간호 및 요양을 받다가 임종을 맞게 되는 것이다.
완화의료 제도적 지원 미흡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의 말기가 되고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해서부터 임종을 맞이할 때까지의 1년여의 기간(종종 이보다 길 때도 있다)을 완화의료(palliative care)기간이라고 한다.
완화의료란 질병의 치료보다는 환자의 여러 심리적, 육체적인 고통과 동통을 완화시켜주고 죽음을 받아드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도와주는 의료 환경과 전문가에 의한 의료를 말한다. 그리고 임종 약 1개월 전에는 더 전문적인 완화의료와 함께 임종 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호스피스 의료를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완화의료를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완화의료의 제공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부족하고 열악한 형편이다. 우리나라에 일부 정부의 도움으로 설립한 각종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이 있지만 아직 충분한 완화의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호스피스는 몇몇 종교단체나 복지 단체에서 설립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양적으로 절대 부족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완화의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위와 같은 문제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또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게 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비록 회복 불가능한 질병의 말기라도 일단 병원에서는 최첨단의료와 기술을 총동원해 수명의 연장을 위해 질병의 치료를 계속하게 된다. 국민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회복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에게 사망 한 달 전 또는 종종 사망 며칠 전까지도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항암제를 투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료의 비용도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가이며 건강보험재정의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환자에게 고통주는 연명의료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며 완화의료를 하는 곳이 아니므로 만에 하나라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치료를 한다. 이를 연명의료(延命醫療)라고 한다. 병원에서 연명의료를 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최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료윤리에 그 바탕을 두고 있지만 종종 무엇이든 더 노력해 달라고 하는 환자보호자의 요구에 의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연명의료의 노력으로 혹시 며칠 또는 몇 주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환자에게는 무의미한 수명의 연장이며 동시에 환자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며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바로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써 놓는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종교 단체에서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소홀하게 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거의 끝났는데, 의료 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문제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이므로 종교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그 유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사망자 수가 향후 30~40년 후에 현재의 26만 명에서 75만 명까지로 증가할 것이며 2050년까지 총사망자의 수가 19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이러한 많은 사망자들이 생의 마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전문적인 완화의료제도를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