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경영지도사

▲ 임창덕 경영지도사

"소비자들은 싫으면
구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은
자연이 주는 결과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런 리스크 비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 분담하는 것이 맞다."

쌀 가격과 치킨 가격, 일견 유사한 점이 없는 듯 보이지만 쌀은 국민 주식, 치킨은 국민 간식이라고 하듯이 국민들이 자주 먹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 보다 많다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생닭 가격이 내려도 치킨 값이 그대로라고 하면서 소비자단체는 가격을 내리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킨의 원가가 어떻든 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 먹는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최종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쌀값 역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결정된다. 생산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질 것이고, 소비량이 줄어도 가격은 떨어진다. 최근 3년 간은 연속된 풍작으로 쌀 생산량이 늘었고, 쌀 가격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구적인 식습관 등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재고 물량이 늘어나 정부양곡 재고 관리 비용만 해도 연간 4000억을 넘는다. 그래서 대북 지원을 하자는 요구도 많다.
그러나 쌀 수출국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과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매년 대북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논리 등으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통상 쌀 가격은 그 해의 생산량과 쌀 소비량을 예측해 적정 가격이 결정된다. 치킨은 원가가 어느 정도 산출되지만 쌀은 순수한 인건비 외에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가치가 워낙 많아 일일이 원가를 산출하기가 어렵다.

쌀가격에 원가방식을 적용해야 할까?
그렇다면 쌀을 치킨처럼 원가 방식으로 계산하면 얼마에 팔아야 적당할까. 농업인이 농업과 농촌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식량안보나 식량주권 가치 제공, 도시민들의 정서함양, 환경·생태계 보전, 홍수조절 기능 제공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해 준다. 여기에다 경관 보존, 지역사회 유지 기능까지 경제적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훨씬 많은 경제외적인 가치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다원적 가치를 감안한다면 농산물은 훨씬 비싸게 팔리는 게 당연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싫으면 구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이 주는 결과에 따라 삶을 살아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 비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 분담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도·농상생의 가치공유가 절실하다
이처럼 농업인이 부담하는 리스크도 원가에 산입되면 원가는 더 높아지게 된다. 영국의 경우 국민의 92%가 농촌을 보존하는 데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듯이 우리나라도 농업인과 소비자, 농촌과 도시가 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조선시대 정약용도 “농업을 장려하는 게 이 나라의 살 길이다. 이를 위해 낮은 신분상의 지위, 상인보다 적은 이율, 장인보다 힘든 노동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실제 쌀 가격이든, 치킨 가격이든 적당한 가격에 유통이 시작된다. 요즘은 유통 상인이 슈퍼 갑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왜곡되고, 정작 농업인 손에 들어가야 할 이익이 유통 상인에게 집중된다.
주위를 봐도 공산품처럼 거래만 해서 농업인 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업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재주는 농업인이 부리고 돈은 중간상이 가져가는 형태다. 쌀 가격이든, 치킨 가격이든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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