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39)

▲ 가로등 불빛이 닿는 벼는 밤에도 낮일을 하느라 이삭이 영글지 못한다.

식물은 낮일은 낮에만 밤일은 밤에만 하는 걸 철칙으로 삼고 산다

어떤 책을 읽다보니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나무는 해가 지면 팽팽하게 끌어올린 물줄기를 내리고 꼿꼿하게 세운 잎의 긴장을 편안하게 늦춘다. (중략) 밤낮으로 일하는 선인장처럼 편히 잠들지 못하고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자신을 사막 위에 놓는 것과 같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쉬라’는 메시지를 담은 글이다. 정말 식물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사람처럼 쉴까? 천만의 말씀이다. 몇 해 전, 우리 집 근처 논의 한구석에 벼가 여물지 않고 겨울을 넘기고 서 있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논둑에 서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배수가 안 된 때문일까? 아니었다. 흙은 뽀송뽀송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좁은 소로 가에서 가로등이 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강의시간에 이 광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왜 벼가 영글지 않았을까요?” 하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정답을 바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로등 사진을 보여주면 그제야 “아, 벼가 잠을 못 잤군요.”라고 말한다. “벼가 잘 때 코고는 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아니면 누워서 자는 모습을 보았나요?” 그러면 모두 한바탕 웃는다.

대부분 식물도 밤에 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식물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 인간은 밤에 할 일을 낮에도 하고, 낮에 할 일을 밤에도 한다. 그러나 식물은 낮일은 낮에만, 밤일은 밤에만 하는 걸 철칙으로 삼고 산다.(물론 선인장은 예외지만)

식물의 낮일은 광합성이다. 그리고 밤일은 낮에 열심히 만들어 놓은 당을 잎에서 뿌리나 열매, 줄기 등으로 옮겨 저장해 둔다. 그렇게 해서 잎의 창고를 비워둔다. 그래야만 다음 날 다시 광합성을 해서 저장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밤에 가로등처럼 약한 빛이라도 잎에 떨어지면 광합성을 한답시고 저장하는 일을 못한다. 물론 광합성도 제대로 못한다. 아침이 되어 해가 떠도 광합성을 할 수 없는 것이 창고가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 여름, 온 가을 거듭되면 이삭은 텅 빌 수밖에. 그래서 밤에는 철저히 빛이 닿지 않도록 해야 식물이 밤일, 즉 양분 저장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럼 물은 언제 주어야 할까? 밤에? 아침에? 한낮에? 광합성을 잘하려면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햇빛이 충분해야 한다. 따라서 아침에 물을 주는 것이 가장 좋고 저녁때나 밤에 주는 것이 가장 나쁘다. 늦은 오후부터는 ‘식물은 팽팽하게 끌어올린 물줄기를 내리고’, 즉 뿌리의 수분 흡수를 줄인다. 따라서 수분은 흙에 넘치고, 더구나 찬물로 지온은 더욱 떨어져 뿌리에게는 악조건이 된다. 반대로 아침에 물을 주면 뿌리가 왕성하게 물을 소모하면서 따뜻한 햇볕이 수온과 함께 지온도 높여 따스한 밤을 넘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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