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박회만 농업연구관

가공용쌀 생산비 절감기술
가공기술․쌀가루 생산기술
하나로 묶어 연구하고 실용화해야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품원료인 쌀은 1970년대 농업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자급이 가능해져 경제성장의 기반이 됐다. 최근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재배기간 동안 날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연평균 420만 톤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쌀 소비는 식습관의 서구화와 바쁜 생활로 인해 1인당 2010년 72.8㎏, 2011년 71.2㎏, 2012년 69.8㎏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미처 소비되지 못한 쌀은 관리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시장에서 가치 저하의 우려도 있다.

국민 1인당 30㎏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밀은 식품 용도에 따라 가공성이 높으며, 대부분을 가루로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밀가루의 가공성은 품종별 글루텐 함량 차이와 분쇄, 체 거름을 반복하는 제분에 의해 결정된다. 글루텐은 단백질 성분으로 가공된 식품의 모양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아쉽게도 쌀가루는 밀가루에 들어 있는 글루텐 성분이 없어 제빵 등 가공성이 밀가루에 비해 떨어진다. 쌀가루의 가공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식품학자에 따라 쌀가루의 평균 입자 크기가 80mesh 이하는 떡용, 160mesh 이상은 빵용, 중간 mesh는 다목적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쌀가루는 물에 불린 쌀을 롤러밀에 2~3회 반복 분쇄해 만들었다. 이는 대부분 떡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최근에 분쇄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으나 가루 생산 비용이 1㎏에 500~700원 가량으로 비싼 편이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밀가루처럼 식빵․과자․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한 쌀가루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전통적 분쇄 방법 외에 쌀가루 제분 경험이 짧아 밀가루보다 분쇄 비용이 3배 정도 비싸고, 용도에 적합한 생산 기술력은 낮다. 따라서 쌀가루 제분을 위한 저비용 다용도 제분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밥쌀용 품종 개발과 더불어 가공해 사용할 수 있는 품종의 개발․보급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가공용 쌀 품종으로 설갱벼, 고아미 등과 초다수확 품종으로 보람찬, 드래찬, 다산벼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재배 면적을 넓혀 가공용 쌀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쌀은 떡 등 전통적인 가공식품을 제외하고 밀가루처럼 가루를 이용하는 기술은 최근에서야 시도되고 있다. 쌀가루를 밀가루처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도록 식품 가공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고 누가 요리해도 쉽고 같은 맛을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리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분기술을 개발하고 용도별 규격화된 쌀가루를 생산해 소비자 또는 식품가공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쌀가루 가공식품의 다양화를 통해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기술, 표준화된 식품 가공기술, 용도에 맞는 표준화된 쌀가루 생산기술 중 하나라도 소홀하면 안 된다. 3가지 기술을 하나로 묶어 연구하고 현장에 실용화해야 한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밥용 쌀에서 가공식품용 쌀 소비시대가 열릴 것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쌀 소비는 확대되고 생산기반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뿐만 아니라 농가소득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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