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특집 - 여성농업인 안전

농기자재 사용 늘지만…남성 위주 설계, 사고율 증가추세
여성농업인 업무상 질병률 남성에 비해 2.4% 포인트 높아

농촌진흥청은 지난 12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농업인의 질병 및 신규통계표를 등록했다. 이는 2012~2014년까지 2년간 전국 농업인 약 1만 농가를 표본으로 질환·재해·복지 등 21개 항목으로 분류, 보고된 방대한 자료다.
주요 농업종류별·규모별 농업인 질병유병률을 살펴보면, 2.0ha 이상 시설농업인의 9269명 중 2494명이 관련 질병을 갖고 있어 26.9%라는 높은 수치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축산 중 양계농업인의 2만7372명중 3088명이 질병을 앓고 있어 11.3%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과수, 밭, 논농사의 경우는 평균 6.3%의 유병률이 파악되고 있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법적용사업장 근로자의 평균재해율 6.4%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일반산업이 중장비·운수·건설·화학 등 고 위험률 업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농업인 성비, 여성이 남성 추월
여초현상, 농업고령화의 또 다른 단면

국가통계포털(KOSIS)에 의하면 지난 2012년 우리나라 개인 농가는 105만 여 가구에 농업인구 약 275만 명으로 집계된다.
주목할 것은 이미 5년 전인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남성은 139만 명, 여성이 141만 명으로 여성농업인이 남성을 초월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국 시·도 구분 없이 나타나는 고른 현상으로, 특히 고려해야할 점은 이러한 여초현상은 굳이 한국 남성평균연령(78세)과 여성평균연령(84세)간 생물학적 수명차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농업인 고령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농촌의 고령화와 여성화는 필연적으로 안전과는 반비례 함수에 놓이기 마련인데,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작업 안전사고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농기자재 수요도 농업인안전사고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기존 농기계·자재가 남성농업인의 평균에 맞춰져 설계됐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여성농업인이 버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2014년 농업인 전수조사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성농업인의 업무상 질병자는 남성의 4만5592명(4.1%)에 비해 6만5798명(6.5%)으로 남성에 비해 2.4%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농업인안전을 위한 정부·지자체와 농협, 농기자재업계의 노력과 함께 농업인의 안전의식 강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실정이다.       

여성농업인 더 이상 허드레 일꾼 아냐…

3월 대통령 간담 이후 여성농업인 우대 정책 탄력
개별 농가의 농기계 보유자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트랙터, 스프레이, 콤바인, 이앙기, 방제기, 건조기 등 전체 농기계 보유는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거의 정체 상태다.
이는 한국농업의 기계화가 거의 완성된 단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지자체와 농협 농업기술센터 등의 농기계 임대사업이 활발해 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농업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의 농기계 사용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성농업인의 사고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질병 발생 요인…장시간 근무·불편한 자세·중량물 취급  順
안전콘센트, 편이 의자, 경량 농기계 등 농작업 편이장비 개발 러시

이길성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여성의 경우 농기계 장비 등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최근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여성농업인 농기계 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고무적인일로 부부농업인이 교대로 농기계를 다룸으로써 장시간 조작으로 인한 남성농업인의 농기계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급격한 고령화·여성화 추세 속에서 정부와 농기자재 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최근 한 업체에서는 콘센트 단자가 물속에 완전히 잠겨도 전원이 차단되지 않고 감전 우려도 없는 ‘안전콘센트’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축산농업인이나 어업종사자 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감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확 기간 장시간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농업인을 위해 엉덩이 부분에 부착이 가능하고 360도 회전이 가능한 편이농작업의자, 경운기를 대처할 수 있는 경량 전동차 등 여성과 노령농업인을 겨냥한 편이장비 개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 여성농업인 재해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기계안전교육이 전국농기센터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내년 여성친화형 농기계 보급 확대

구입자금 100% 융자지원
임대사업소 여성친화형 50% 보유해야

2016년부터 여성농업인이 여성친화형 농기계 구입 시 소요자금을 전액 빌릴 수 있게 된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과 여성농업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여성친화적 농기계 보급 확대가 논의 됐고 이를 박 대통령이 농식품부와 농진청에 지시해 지난 7월 결정된 사항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내년에 신규 설치되는 농기계 임대사업소 42개에 소형트랙터·전동운반기 등 여성친화형 주요 농기계를 50%이상 의무 구입하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379개 임대사업소는 현재보유중인 승용관리기 106대, 동력이식기 186대, 소형트랙터 770대 등 총 1,062대의 여성친환형 농기계에 추가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특히 콩, 마늘, 양파 등 주산지(2016년 20개소)에 여성친화형 주요농기계 구입을 위한 예산을 별도지원하며, 여성친화형 주요농기계 구입 시 정부 융자율을 현재 판매가격의 80%에서 내년 100%로 높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성친화형 주요농기계 보급 확대를 통해 여성농업인의 농기계 이용률을 높이고 여성일손을 덜어 경영비 절감과 소득 증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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