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38)

많은 사람들이 겨울에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 제설제인 염화칼슘을 비료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염화칼슘(Cacl2)은 석회의 주성분인 칼슘(Ca)과 염소(cl)로 돼 있고 이 두 성분은 모두 필수원소이기 때문이다. 칼슘은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고 공기 중에 있는 탄소(C)를 세포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염소는 그 역할이 아직 많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광합성 때 생기는 산소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과 양이온의 운반과 삼투압을 조절하는데 칼륨(K)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소가 부족하면 토마토, 양배추, 보리, 비트, 상추 등은 어린잎이 쪼그라들고 엽맥 사이가 누렇게 변하고 심하면 말라 죽는다. 잎은 황백색으로 변하고 뿌리는 자람을 멈춘다.  
이렇게 보면 염화칼슘은 꼭 필요한 비료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겨울 동안 도로 옆에서 제설제로 녹인 눈이나 녹은 물에 닿았던 식물은 비실비실 거리다 결국은 잎이 누렇게 타서 죽어버리고 만다.
염화칼슘 부대를 쌓아둔 곳에 부대가 터진 곳의 은행나무를 보면 어느 한 쪽만 잎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죽어가는 잎에 양분과 물을 대주는 뿌리 쪽에만 염화칼슘 녹은 물이 닿기 때문이다.(뿌리는 양·수분을 대주는 자기만의 줄기 영역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한 쪽만 비료를 주면 비료를 먹지 못한 줄기와 잎은 잘 자라지 못하고 열매도 나쁘다)

뿐만 아니라, 제설제를 뿌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녹슬게 하고 심하면 부식시켜 망가뜨린다. 미국의 경우, 염화칼슘 세례를 받은 미네소타 중고차 값은 플로리다 주의 반값이 되기고 한다.
칼슘은 좋다. 그러나 문제는 염소다. 염소는 미량요소이기 때문에 식물에게 조금 필요하다. 그러나 많이 주면 염소는 눈물과 빗물 속에 엄청나게 많이 있는 수소이온(H+)과 만나서 강산인 염산(Hcl)을 만든다. 그래서 흙의 산도를 떨어뜨려 강산성흙을 만든다.

염소는 은(銀, Ag)과 만나면 침전할 뿐, 다른 양이온과는 결혼을 거부한다. 흙에 은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염소는 거의 이온으로 존재해서 염류장해를 일으킨다. 흙속의 염소는 마치 가축의 염소가 우는 것처럼 흙속에서 운다. 그래서 작물을 망가뜨린다.
하우스에서 염소가 들어 있는 비료, 예를 들면 염화가리와 같은 비료를 주면 두고두고 염류장해 때문에 골치를 썩게 된다. 때문에 하우스에 칼리비료를 주려면 황산가리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 황산가리에는 칼리와 황이 들어 있는데, 황은 다량원소이면서 작물에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적당한 양을 주면 염류장해 문제가 거의 없다. 가능하면 키우는 작물에 제설제가 닿지 않게 겨울을 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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