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6차 산업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주변의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조명하고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중국 청나라 건륭제의 일화이다. 청나라 황제 건륭제는 민심시찰을 자주 하였는데, 어느 날 장쑤성으로 시찰을 떠났다가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다가 어느 농가에 들어갔다. 남은 음식이 없던 아낙네는 가마솥에 남아있는 누룽지에 야채국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탕을 내놓았다. 배가 고팠던 건륭제는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고 아낙네에게 ‘천하제일요리’라고 적어주었다고 한다. 별것 아닌 음식처럼 여겨지는 누룽지도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농식품 스토리텔링’의 좋은 사례다.

최근 광주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토크쇼에 참석했다. 전남도청과 유관기관, 지역대학생과 농업인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한 토론참가자가 직접 농사지은 쌀로 누룽지를 튀겨 만든 누룽지과자를 가져왔다. 포장이나 디자인도 세련되고 맛도 좋았다. 학생들이나 체험 관광객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필자는 누룽지과자가 바로 훌륭한 6차 산업 사례라고 말한다.
과거 농업은 생산 중심의 1차 산업이었으나 최근에는 2차, 3차 산업이 융복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6차 산업에 대한 비난도 많다. 개념을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

6차산업이란 고부가가치 상품을 제조·가공하고, 농촌자원을 활용하여 체험, 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업을 연계시킬 때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는 개념이다. 벼농사(1차 산업)를 통해 생산된 쌀로 누룽지를 만들어(2차 산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광 상품을 파는(3차 산업) 과정들이 합쳐져 6차 산업이 된 것이다.

6차 산업 마인드로 농업을 성공시킨 사례는 매우 많다. 과거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던 양잠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되어 섬유뿐만 아니라 화장품, 치약, 비누, 인공 고막, 인공뼈까지 개발될 전망이다. 1g당 가격이 금보다 비싼 종자, 일반 쌀보다 섬유질이 2~3배 가량 많은 다이어트쌀, 벌침을 이용한 화장품, 소리와 빛을 이용한 병해충 퇴치, 지열에너지를 활용한 농작물 재배 등 농업분야의 기술혁신과 창조적 혁신은 끝이 없다. 농식품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대된 것도 생산을 넘어 가공, 수출로 이르는 6차 산업적 관점이 작용했다. 기능성식품, 건강식품, 웰빙식품이 유망한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6차 산업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주변의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조명하고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한국 상품에 스토리, 즉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여기에 예쁘게 화장을 하자. 훌륭한 상품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여성농업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인 가구 증가, 건강식품에 대한 높은 관심 등 농식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맛과 멋, 위생, 제품 포장, 디자인 개선, 스토리텔링 발굴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품 개발과 감성마케팅은 여성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우리 농업이 고부가가치 6차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농식품 분야에서 여성들의 능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농식품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면 일자리도 크게 늘어난다. 식품가공, 수출, 유통, 물류, 디자인, 마케팅, 관광, 교육,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창조경제와 거리가 멀어보이던 농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대두된다. 6차 산업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 한국 농업의 과제이다. 여성 농업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야 우리 농업의 고부가가치, 고소득 시대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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