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산부인과 없는 농촌, 대안은…

▲ 윤승천(의료평론가)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의료기관 금융·세제혜택 필요

지역 내 산부인과를
농촌여성 주치의로 활용해
지속적인 건강관리 도모해야

무엇이든지 원인을 알게 되면 사실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가 있다. 암의 발생원인을 알면 예방하거나 고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암을 정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까지 발생원인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비단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의 의료기관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농촌인구가 감소되면서 환자들도 줄어들어 의료기관의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더 의료기관들이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의료보험, 의료보호제도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실질적으로는 철저히 상업주의 논리가 적용돼 돈이 없으면 환자도 진료를 받을 수 없고 의사도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농촌지역으로 오지 않는 의사들을 탓할 수가 없다.
농촌지역 산부인과 문제는 장단기적으로 해결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여기서는 단기적인 방법 몇 가지만 살펴보겠다.

첫째,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혜택과 지원이다. 금융이나 세제, 시설 등 여러 방면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통해 산부인과를 기업이나 공장을 유치하듯 농촌지역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둘째, 그런 다음 병원이 지속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농촌지역 여성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주치의로 활용하는 것이다. 산부인과의 역할이 꼭 임산부관리나 출산만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내 산부인과를 통해 농촌여성들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셋째, 농촌지역 임산부들을 위해서는 지역 경찰이나 119의 도움과 협조를 받는 방법이다. 이런 문제는 법이나 제도가 아니더라도 지자체 내 유관기관간의 협조와 조율만으로도 임산부들에 대한 편의제공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넷째, 119나 경찰을 통해 내원하는 농촌지역 임산부들에 대한 우선진료의 배려다. 병원마다 약간씩 상황은 다르긴 하지만 일부병원은 요즘도 몇 십분에서 길게는 한두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멀리서 온, 돌아갈 길이 먼 농촌지역 임산부들에 대한 배려라면 도시인들도 크게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섯째, 임산부들에 대한 응급이송체계를 지역별로 잘 구축해놓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육·해·공의 교통체계로도 1시간 이내면 사실상 어디든 이송이 가능하다. 실제로 농촌지역에 임산부들이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몇 가지 방법으로도 산부인과가 없는 농촌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사실상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관심만 가진다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산부인과 유치가 어려우면 세 번째 네 번째 방법만으로도 소외된 농촌지역 임산부들을 도와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자.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는 A마을의 B임산부가 예정일이 아닌데 갑자기 복통이 발생했다. 남편은 부재중이고 80대의 시어머니와 복통을 호소하는 임산부 둘 뿐이다.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인근 도시의 산부인과로 가자면 택시를 불러야하는데, 택시요금도 왕복 15만~20만 원 정도다. 산부인과에 도착한다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기한 세 번째 네 번째 방법대로 실행해보자. 복통이 발생하자 임산부는 휴대폰으로 관활 보건소로 도움을 요청한다. 연락을 받은 보건소는 즉시 지역 내 119나 경찰에 연락, 임산부를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로 이송한다. 미리 연락받은 의료진은 임산부가 도착하자 바로 처치 또는 진료를 한다. 진료가 끝나면 다시 임산부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 그러면 아무리 농촌이라도 1~2시간이면 충분히 산부인과를 다녀올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임산부가 알아서 스스로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한나절에서 어쩌면 하루 종일 걸릴 수도 있다.

농촌지역의 의료소외문제는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도지사, 시장, 군수,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들이 이런 문제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농촌여성들의 표로 본때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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