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진흥청 발효식품과 강지은 연구사

술은 단순히 마시는
도구가 아니라
대화 이끄는 매개체

술은 민족의 역사와 생활양식을 대변하는 문화의 집합체이자 대명사다. 우리의 음주문화는 스스로 술을 따르는 서양의 자작문화와 달리 서로 술을 따라주는 수작의 문화로 혼자 술을 마시기보다 함께 즐기는 군음의 문화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선비와 유생들이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몸가짐과 주도를 가르치는 향음주례가 있어 술을 마시는 데에도 격조와 풍류를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12.3ℓ로 조사국가 중 15위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음주자 비율은 68.6%(남자 82.7%, 여자 55.3%), 30세 미만 음주율이 80.8%로 청소년과 여성의 음주비율이 매우 높다. 최근 저도주가 인기를 끌면서 술을 꺼려하던 여성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여성 음주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음주문제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 폭력, 음주운전, 성폭력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절제한 음주의 빈도와 양을 감소시키는 절주교육이 필요하다. 중·고등학교나 지역사회,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학교 내에서의 스포츠 및 문화 활동 등 음주 대안 활동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늘리는 것도 좋은 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을 약물로 규정하고 주류의 오남용 방지와 청소년 음주예방을 위한 법령을 시행중이다. 영국의 ‘폭력적인 범죄감소를 위한 법령’, 일본의 ‘미성년자 음주금지법’ 등은 음주관련 법령의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도 2000년 이후 ‘청소년 보호법’, ‘학교보건법’ 등을 통한 청소년 주류 판매금지 등 음주폐해를 막기 위한 여러 연구와 정책들이 시행됐으나 그 효과가 미흡한데, 이는 법령에 의한 강요만이 직접적인 절주로 이어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담뱃값이 인상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담배 판매량은 전년과 동일하다는 조사결과를 보듯, 일방적인 가격 인상이나 판매 제한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실현 가능한 음주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전통 주도를 계승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며, 멋과 풍류를 즐기던 고유의 술 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지나친 음주 소비를 개선해야 한다. 한 예로 통일신라시대 귀족들이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으며 술을 즐겼다는 포석정과 술자리의 흥을 돋우고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목제주령구’를 사용함으로써 취하는 술이 아닌 즐기는 술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좋은 놀이문화를 술자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알리고 친구, 가족, 연인, 동료들과의 모임에서 술을 단순히 먹고 마시는 도구가 아닌, 모임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와인처럼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만의 풍류와 예를 현대에 되살려 폭탄주 등 취하자는 분위기의 왜곡된 술 문화를 바로잡고, 술을 즐길 수 있는 음주 선진국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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