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36)

고추를 한 포기 심고 한 쪽에는 유기질비료를, 반대쪽에는 화학비료를 준다. 그럼 고추 뿌리가 어느 쪽으로 먼저 뻗을까? 유기질비료 쪽으로 먼저 간다고 하는 사람은 작물이 유기질비료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화학비료 쪽으로 먼저 간다는 사람은 화학비료가 더 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여러분의 대답은 어느 쪽일까?

내 대답은 이렇다. “가까운 쪽으로 먼저 간다” 그럼 아주 정확히 꼭 같은 거리에 비료를 준다면? 양쪽 모두 동시에 접근해서 빨아먹는다.(참 싱거운 질문이며 대답이다) 그러나 뿌리의 본능에 대해 한 번 깊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치 물고기가 떡밥에 끌리는 것처럼 뿌리는 비료에 민감하게 끌려간다. 어떤 이는 물로도 뿌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비료만큼 예리하지 못하다. 뿌리가 깊고 넓게 뻗을수록 가뭄에 강해지고 수량도 많이 나온다.
때문에 과수를 심을 경우, 깊이 파고 뿌리를 끌어내리고 싶은 만큼의 깊이에 비료를 준다. 물론 뿌리에게 그 깊이에 비료가 있다는 것을 알리면 중간 중간에도 비료를 넣어줘야 한다.

그럼 작물의 뿌리를 광범위하게 뻗게 하려면? 미생물비료를 준다고? 미생물도 밥이 있어야 활동한다. 때문에 미생물의 밥인 유기물을 넣어줘야 된다. 유기물 없이 미생물비료만 주면 흙을 엉성하게 만들 수 없다. 유기물을 충분히 넣어주면 지렁이나 토양의 작은 동물들도 그들의 밥인 유기물을 먹으려고 흙을 뒤집고 다닌다. 따라서 흙은 엉성해지고 뿌리는 제 세상 만난 듯 자라고 뻗는다. 작물은 풍성하고 달디 단 수확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잠시 옆길로 샜다. 실제로 식물은 양분이 화학비료에서 오는 것이든 유기물에서 오는 것이든 상관없이 필요한 것이면 다 빨아들인다. 그렇다고 화학비료를 준 것이나 유기물로만 키운 농산물이 다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수경재배와 같이 화학비료만 줬을 경우, 작물이 필요한 14가지 원소(질소-인산-칼륨-칼슘-마그네슘-황-염소-붕소-철-아연-구리-망간-니켈-몰리브덴)를 공급하면 잘 자란다. 그러나 인체에 필요한 성분은 식물이 필요한 성분보다 8원소(크롬-코발트-불소-요오드-규소-셀레늄-주석-바나듐)가 더 많은 22원소가 필요하다.

지난 50여 년 이상 우리는 유기물을 가볍게 생각하고 화학비료 위주의 농사를 지어왔다. 때문에 흙에는 미량원소가 부족하기 쉽다. 때문에 잠재적으로 인체에 필요한 8원소는 물론 아연-구리-니켈-몰리브덴(철과 망간은 우리 흙에 충분하다) 등 14가지 성분은 부족하기 쉽다. 이것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비료는 지구상에 딱 한 가지, ‘유기질비료’다. 유기질비료는 60여종의 성분, 즉 원소가 들어 있다. 따라서 인체에 필요한 성분은 물론 잠재적으로도 필요한 원소를 다 공급해준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