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 창간9주년·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특집 - 농촌노인, 보살핌이 필요하다
인건비‧부식비 지원 안돼…기존 마을회관 부엌 확충 정도
시설 이용자 28.8% 불만족…운영비 지원 방안 마련 관건
지난해 사업 후 애로사항 알고서도 올 사업에 반영 안돼
하루 평균 4.7명 고독사 시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인구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특히, 농촌인구 고령화는 오래전부터 심각한 양상을 띠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농촌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4.2%에서 2000년 14.7%, 2010년 20.9%로 증가했다. 그에 반해 도시는 1970년 2.1%, 2000년 5.5%, 2010년 9.2%로 농촌의 고령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촌은 2000년에 고령사회로 진단, 2010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농촌 고령화 속도가 급격해짐에 따라 혼자 사는 노인 가구가 늘면서 노인 우울증‧자살‧고독사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2013년 한국방송공사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당시에만 1717건의 고독사가 발생했고 사망 후 뒤늦게 발견된 수치까지 포함하면 연간 1만 1002건이었다. 하루 평균 4.7명이 혼자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시설 필요성 제기는 제2차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2006~2010년)에서 시작됐다.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은 2001년 ‘여성농업인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5년 단위로 세우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여성농업인의 권익보호와 지위향상 지원을 목표로 하며 건강한 농촌 가정 구현과 농업‧농촌사회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전남 나주시에서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에 의거, 농번기 공동급식 사업을 2007년부터 시작했고 전국 농촌지역으로 확산시켜 지금까지도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마을 공동급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뒤늦게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부터 농촌 노인 고독사와 자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고 ‘농촌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으로 전국 44개 시‧군에 공동생활 홈 26개소, 공동급식시설 20개소, 작은 목욕탕 16개소가 선정됐고 사업 결과 보고까지 마무리됐으며 올해도 같은 사업을 진행해 이미 사업 대상지까지 발표된 상태다.
본지는 농촌노인을 대상으로 한 공동시설 중 공동급식 실태를 점검하고 바른 대안을 제시하고자 농촌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동급식을 취재했다. 자료조사 중 공동급식시설에 대한 문제점이 가장 많이 발견됐는데, 급식에 대한 복지 문제는 아직 식지 않은 감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 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의 정부 만족도 조사에서도 공동급식시설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컸다.
마을 공동급식 위해 쌀 조달하는 마을 이장
“마을 주민 여러분, 오늘은 한방 진료가 있는 날입니다. 마을회관으로 속히 오셔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고요했던 마을이 순식간에 부산해졌다. 버려진 곳처럼 보였던 낡은 마을회관은 침을 맞으러 온 노인들로 붐볐다. 이날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사자산마을 한방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막 방송을 마친 김재창(58) 이장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충남 청양군 운곡면 사자산마을은 공동급식사업으로 언론에도 보도가 된 곳이었다. 총 다섯 건의 기사는 여성 농업인의 일손부족 해결을 위해 지자체가 공동급식지원 사업을 추진,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내용과 농업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농번기 30일 동안 마을주민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급식 도우미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사업 내용 설명이 담겼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는 애로사항이 있을 수 없는 훌륭한 정책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일 년에 한 달, 급식 도우미 인건비만 지원해주는데 사업계획서에 한 달 식단표와 밥 먹는 사람 명단을 적어내야해요. 결정적으로 부식비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공동급식 사업선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급식재료 조달하느라 애를 먹죠.”
2013년부터 마을회관에서 공동급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 이장은 작년까지 한 끼 당 500원씩 받던 식사비를 올해부터 1천원씩 받아 재료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그래서 쌀은 김 이장의 논에서 일부 조달해 쓴다.
“한 끼 2천원은 받아야 급식이 돌아가는데, 1천원 받던 것을 2천원으로 올리는 것도 어려움이 있고.”
사자산마을 노인들은 대부분 80세 이상 여성들이다. 그들은 고추와 들깨, 고구마 등 소규모 농사로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었고 대부분 빈곤했다. 그들에게 공동급식은 농업생산성 향상 보다는 친목과 모임의 구실이 됐고 생존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으로 기능했다. 인건비 지원한다고 하지만 급식 도우미조차 고령이었고 이마저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언론이나 지자체에서 공동급식 좋다는 인식만 심어주기만 했지, 실제 농촌노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내년부터 그는 마을 공동급식을 안하겠다고 한다.
공동급식시설 확충했지만 실제 운영 어려워
경기도 이천시 수하1리는 지난해 농식품부 ‘농촌 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곳이다. 공동급식시설 지원금으로 기존 마을회관 부엌 공간을 확충했고 마을 노인들은 전보다 넓어진 곳에서 쾌적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단일 부락이다 보니 50여 명 이상이 함께 생활해요. 그전에는 식당이 상당히 좁아서 30명도 함께 먹을 수 없었죠.”
노인회장 지창현(78)씨는 사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하니까 식사 짓기가 힘들잖아요. 부녀회원들이 밥을 해주는데, 농번기에는 그분들도 일을 해야하니까 일 할 사람이 없지.”
시설은 있지만 실제로 조리를 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노인들을 위한 봉사로 부녀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식사당번을 정하고 있었다.
수하1리 노인회 회원 정연옥(78)씨는, “부식비 충당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어요. 경로당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쌀 20kg 지급하는 ‘양곡비’가 있기는 한데, 우리같이 인원수 많은 노인회는 일주일도 먹기 힘들지”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옆에 있던 여성 노인도 거들었다.
“정부에서 이왕에 농촌을 상대로 지원을 해주려면, 각 동네 인원 파악을 정확히 해서 마을 형편에 맞게 지원해줬으면 해요. 열 댓 명 있는 작은 동네와 50명 넘는 우리 동네나 쌀이나 운영비가 차등 없이 지원되고 있거든.”
마을노인들의 볼멘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창현 회장은 “인원에 비례하지 않는 지원은 정부에도 낭비라고 생각해요.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복지비용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떼만 쓸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앞으로 복지비용 확보가 된다면 좀 더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운영에도 도움을 주셨으면 해요”라고 부탁했다.
농식품부 ‘공동급식’ 사업…시설은 만족, 운영은 불만족
농식품부는 지난해 추진했던 ‘농촌 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했다. 2014년 선정된 1개월 이상 운영한 20개소 공동생활홈 거주자, 공동급식시설‧목욕탕 이용자 등 255명을 대상으로 서면과 대면 인터뷰로 조사했으며 종합 만족도는 78.8%였다.
농촌 고령자 공동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특히, 정서 영향과 시설자체에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운영비용 마련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설이 많았다. 특히, 공동급식시설의 운영비용에 대한 만족도는 63.4%로, 응답자의 28.8%가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으로 답했다. 공동급식시설을 포함한 공동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운영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지난 사업 만족도 조사를 통해 개선사항을 인지하고서도 올해 사업내용에서 변화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지자체-기업이 함께 돌보는 농촌사회
전남 나주시, 지자체-기업 농촌노인 돌봄 체계 구축
전라남도 나주시는 2007년 농번기 공동급식을 처음으로 시도한 도시다. 2011년부터는 식자재비까지 지원해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17일 나주시와 농협중앙회 나주시지부가 농촌 공동급식을 위해 손을 잡았다. 농촌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로 자리매김한 농업인 마을 공동급식 사업을 농협과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나주시청이 추천한, 공동급식을 가장 잘하고 있다는 용강마을 한정인(62) 이장을 만나 나주시 공동급식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했다.
“상반기에는 4~6월 중 20일, 하반기에는 10~12월 중 20일을 마을 편의대로 지정해 공동급식을 진행할 수 있어요. 우리 나주지역은 지난 4월에 공동급식을 신청했어요. 배 농사가 제일 바쁠 때니까요.”
나주시 공동급식에서 가장 차별화된 점은 인건비와 부식비가 모두 지원된다는 점이다.
“상반기․하반기 각각 130만원씩 지원돼요. 인건비가 40만원, 식비가 90만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임의로 조정해서 쓸 수 있어요.”
용강마을에서 ‘마을 청년’으로 불리는 한 이장은 어르신 공동급식을 위해 발 빠르게 뛰어다녔다. 장보기는 기본이었고 장부정리, 영수증 정리 등 공동급식 시즌이 되면 ‘마당쇠’가 따로 없었다.
“우리 마을에는 독거노인이 많은데 혼자서는 식사를 안 하는 경우가 많죠.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은 그분들에게 삶의 낙이자 큰 의미가 된답니다.”
이처럼 마을 공동급식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운영비 지원뿐만 아니라 공동급식 책임자의 노고가 필요했다.
“욕심은 끝도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원기간이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나주는 매일이 농번기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거든요.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용강마을은 10월 하반기 공동급식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부터 나주시와 함께 152개 마을을 지원하는 농협중앙회 나주시지부는 마을 공동급식 사업에 필요한 예산 2억여원 중 4천700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앞으로 지원이 확대되면 지원기간 연장도 꾸지 못할 꿈은 아니다.
연대의식 속 지속가능한 농촌 만들기
일본의 고령인구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80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해 이제는 ‘초고령사회’를 뛰어넘는 표현이 필요할 정도다. 일본 농림금융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농촌인구는 2000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그 비율이 21.8%에 달했고 2030년에는 32.8%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농촌 고령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대응정책을 마련, 확대 실시하고 있다. 개호보험제도(노인장기요양제도) 시행, 공공부조제도 도입, 정부-농협-지역사회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 서비스 확대, 농업에 대한 인식과 고령농의 사회경제적 역할 강화 등 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다양한 농촌 고령화 대응 정책들은 하나의 공통적인 맥락 속에 있는데, 그것은 연대의식에 기반한 복지다. 우리는 일본의 농촌 고령화 대응정책 방안을 참고해 우리 농촌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동급식 사업이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농촌에 마을회관은 취사가 가능한 시설이 갖춰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부터 농촌 노인은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시설이 아닌 운영자금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면 수혜자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정책책임자가 발로 뛰며 마을별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정부-지자체-기업이 협력해 적극적으로 복지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고령화와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둘 것이 아니라 연대의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때 농촌과 도시, 아울러 대한민국 전체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지난 10일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내년 예산 증가율은 1.7%로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예산은 마이너스 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산확보에 신경 써, ‘농촌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의 운영비용 부분에 대한 애로사항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빈곤층이 늘어나며 빈부격차가 커질 때 우리는 사회의 기능과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와 사회는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사기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안위와 민족의 역사를 지키고 살펴야하는 더 크고 높은 수준의 결집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한 의식이 확산되고 당연해질 때, 우리는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데 비로소 첫 단추를 잘 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토막 파헤치기-경로당 지원, 무엇이 문제인가?
경로당 인원에 비례하지 않는 일괄적 지원으로 형평성 어긋나
정책책임자들의 농촌 구성원 실태 파악 절실
대부분의 농촌 마을회관은 경로당을 겸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복지법에 의거, 경로당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경로당 운영비와 양곡비, 냉‧난방비 지원이 그것이다. 전국 공통으로 양곡비와 냉‧난방비는 지원 내용이 같으며 운영비는 지자체에 따라 다르다.
쌀을 지원하는 양곡비는 경로당 인원에 관계없이 읍‧면의 경우 20kg 쌀을 1년에 7포대, 동의 경우에는 1년에 6포대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50명 부락이든 20명 부락이든 관계없이 양곡비 지급양이 같은 것이다.
충남 청양군의 김재창 이장은 “경로당 개수에 따라 지원해주기 때문에 형평성이 떨어진다. 인원이 적더라도 경로당이 많은 마을은 지원을 더 많이 받는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지원제도를 인원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로당은 이전과 같은 양곡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또한, 지자체가 지원하는 경로당 운영비는 천차만별이었다. 강원도는 경로당 지원을 도 사업으로 지정해 한 마을회관에 지급되는 운영비가 ‘인원x37,000원+101만원’으로 책정돼있었고, 경상북도는 한 마을회관에 연 72만원을 지급하고 있었다. 전라남도의 경우 경로당 운영에 대한 별도의 사업이 없었고 시‧군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지역마다 경로당 운영비 지원이 다르다보니 어느 관할에 소속돼있느냐에 따라 노인복지지원에 대한 수혜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고 삶의 질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