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두꺼운 농축산물
급속동결기술 개발
현장활용 눈앞으로

집에서 식혜 같은 음료수를 더 시원하게 먹으려고 얼렸다가 살살 녹여서 먹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녹아나오는 음료수는 달달하고 시원하지만 막상 마지막에는 단맛이 쏙 빠진 얼음만 먹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물이 얼고 녹을 때 얼음결정 성장이 활발한 -1~-4℃의 ‘최대빙결정형성대’라고 불리는 구간을 지나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지나는 동안 당분을 포함하지 않은 얼음결정은 커지고 반대로 당분은 농축돼서 그렇다.

이렇게 얼음결정이 성장하는 현상은 농축산물을 냉동할 때도 나타난다. 고기를 얼렸다가 해동할 때에도 세포가 파괴돼 육즙이 흘러나오는 ‘드립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급속동결기술을 사용한다. 급속동결시킬 경우 최대빙결정형성대를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작은 얼음결정들이 합쳐져 커지지도 않고 세포도 덜 파괴된다. 농산물을 냉·해동 할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잘 나타난다. 농산물을 빠르게 얼리지 못하면 얼음 결정이 크게 성장하면서 세포 내의 수분을 빨아들이게 된다. 세포 내부의 수분을 잃는 것은 일종의 건조이며, 이렇게 얼려진 농산물은 해동 시 물먹은 스펀지 같은 질감을 갖게 된다.

급속동결기술은 농축산물의 저온저장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그동안은 1900년대에 개발된 열전달의 기본원리를 이용한 급속동결 장치들이 주로 사용됐다. 농산물을 얇게 잘라서 차가운 냉매에 얼리는 IQF(Individual Quick Freezing) 같은 방식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냉동 식품시장 규모가 커지고, 의료 및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두꺼운 농축산물이나 생체를 얼리는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최근 두꺼운 농산물을 얇은 농산물과 비슷한 품질로 얼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농산물을 얼릴 경우 물이 얼음으로 바뀌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미미한 온도 변화는 급속동결의 장애요인이 된다. 두꺼운 농산물이 표면부터 얼어 들어갈 경우 중심부가 미리 얼지 않도록 약하게 전자기장으로 가열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인데, 전자기장을 가할 경우 동일한 냉동 조건에서 중심부의 0도~-10도 통과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전체적인 동결시간은 가열을 하기 때문에 전자기장을 가하지 않을 때보다 약간 오래 걸리지만, 농산물의 각 부위별 최대빙결정형성대를 통과하는 시간은 단축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심부의 통과시간은 농산물의 표면이 어는 것과 비슷한 정도이며, 농산물을 얇게 자르지 않고도 내부와 외부를 비슷한 품질로 얼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연구 결과는 바이오시스템공학지 2015년 9월호에 실려 학술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특허 출원도 준비하고 있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금방 다가오지 않을까 관련 전문가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냉동기술은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킨다면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고,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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