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35)

유기농산물이란 일체의 화학비료, 농약, 그리고 항생제를 쓰지 않고 기른 작물과 가축을 말한다. 엄격히 말하자면 씨조차도 유기농에서 받은 것, 넣는 가축분뇨도 비료, 농약, 항생제, 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사료를 먹인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원칙대로 생산한 유기농산물이라면 당연히 화학비료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런데 화학비료 안 들어간 유기농산물은 없다고? 과연 그럴까?

A씨는 ‘유기농’을 꿈꾸면서 3년 동안 화학비료(농약도 물론 안 줬지만 여기에서는 제외한다)를 주지 않고 ‘유기질비료’만 주면서 농사를 지었다. 그래서 유기농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직도 상당한 화학비료 성분이 흙에 축적돼 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그리고 그까지 거의 60년 이상 비료를 줬기 때문이다. A씨의 양심은 이런 사실을 알고 도저히 그 밭에 유기농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해서 새로 개간한 산지에 밭을 일구었다. 그리고는 화학비료 없이 유기질비료만 줬다. A씨는 정말 양심적인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과연 화학비료가 안 들어갔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유기질비료(유기질비료의 대표격인 우분을 주었다 하자) 속에는 이미 화학비료가 들어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시대였다면 화학비료가 안 들어간 유기질비료일 수도 있다. 들과 산에서 베어온 풀을 주로 소에게 먹였으니까. 그러나 요즘 외국에서 들여온 사료 속에는 생산한 그 나라의 화학비료가 들어있다. 그것을 소에게 먹였으니 비록 유기질비료인 우분이라고 하지만 내용물은 화학비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173년(1843년) 전 영국에서 화학비료로 과린산석회가 최초로 만들어졌다. 독일에서는 1913년 하버-보쉬방법으로 공중질소를 고정해 질소비료를 대량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30년부터 대량으로 황산암모늄을 만들어 논밭에 넣기 시작했다. 세계 논밭치고 화학비료가 안 들어간 곳은 아프리카의 빈곤국이나 산간오지밖에는 없을 것이다. 유기농의 종주국인 쿠바도 1961년 미국과 단교 전까지는 수입한 비료를 썼다. 때문에 유기농이 쓰고 있는 유기질비료라고 해서 화학비료에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시간 여유가 있는 강의에서는 수강생들에게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렇게 물어본다.

“여기 고추를 한 포기 심었어요. 그리고 한 쪽에는 유기질비료를, 다른 한 쪽에는 화학비료를 줍니다. 그럼 고추 뿌리가 어느 쪽으로 먼저 뻗을까요?”

“그야 물론 유기질비료 쪽으로 먼저 가지요. 고추는 유기질비료를 좋아하니까요.”

“아니지요. 화학비료 쪽으로 먼저 가지요. 왜냐하면 화학비료가 더 진하기 때문이지요.”

그럼 여러분의 대답은 어느 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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