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 창간9주년·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특집 - 농촌 다문화, 교육수혜 사각지대

▲ 경기도의 한 NGO 단체에서 시행하는 한국어 학당의 수업 모습. 다국적 주부들로 구성된 학생들이 교사의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격오지 농촌거주 이주여성 전국에 5만 명
방문교육자는 750명에 불과 … 90%가 방치된 셈

한국어 미숙한 엄마…영유아 자녀 언어교육 늦어져
언어습득 황금기 놓이고  진학 후 학습에 애로

2015년 7월 현재 다문화가족은 82만 명 내외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20년에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은 언어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빠르고 효율적인 한국어교육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도시거주 다문화가족에 비해 여건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별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농협, NGO 사회기관 등에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을 개설해 놓아도 현실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운 격오지 농촌거주 이주여성과 자녀들에 대한 방문교육,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교육의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본지는 창간9주년을 맞아 결혼이주자정책 중 핵심과제인 초기언어교육에서 소외된 농촌지역의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의 애로점을 짚어본다.

바리바리 아이들 데리고
교육받으러 왕복 4시간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후인느 씨(31세)는 결혼 8년차의 주부다.
후인느 씨는 자녀가 7살 아들, 5살 딸, 4살 아들로 항상 아이들이 엄마 곁에 붙어 있어야 할 나이다. 후인느 씨는 베트남에서 기초적인 한국어를 공부하고 왔으나 아무래도 발음과 세밀한 표현에서는 어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한국어를 능숙하게 익한 타이 출신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자신 있게 한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양평 센터)에서는 일주일에 2번 씩 상시적인 한국어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후인느 씨는 아이들을 안고 손잡고 20분을 걸어 나와 하루에 몇 대 밖에 없는 마을버스를 타고 양평 터미널에서 내려 다시 20분 거리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까지 걸어와야 한다.
양평센터에는 5명의 방문교육지도사가 근무하며 일주일에 2시간 씩 10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양평에는 500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살고 있는데 아이들까지 하면 교육 대상자가 약 1,500명 가량이 된다. 시내 가까이 거주하는 여성들도 많지만 일부지역 격오지의 경우 왕복 4시간이 소요된다. 후인느 씨도 그런 분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비교적 수도권 인근인 양평군의 경우가 이럴 때는 지방농촌지역, 먼 도서지역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교육의 때를 놓여 그 피해가 이주여성 당사자 뿐 아니라 영유아기 어머니에게서 말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것이다.

▲ 김지선 씨는 방문교육을 통해 한국어를 습득, 지금은 제주도 다문화여성 중 한국어 톱클래스에 올라있다고 자부한다.

제주 김지선 씨 방문교육 성공사례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출신 해녀를 꿈꾸는 제주도의 김지선 씨(29).
베트남 출신으로 결혼 8년차인 지선 씨는 방문교육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다. 지선 씨는 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일주일에 4시간씩 6개월간 교육을 받았다. 남편 이승언 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보다(방문교육을 받으면서) 눈에 띄게 한국어 실력이 는다고 생각했다”며 “제주도에는 3,300명 정도의 결혼이주여성이 있는데 중국동포를 제외하고는 아내가 가장 한국어를 잘 할 것”이라고 자랑한다.

지선 씨는 본인의 노력도 컸겠지만 “방문교육이 아니었으면 지금과 같이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방문교육은 교육장까지 오가는 시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육아, 농사일 돕기, 시부모님 상차리기 등의 많은 시간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제주도 한림읍에 사는 지선 씨는 한국에 온 2년 후부터 방문교육을 통해 한국어교육서비스와 자녀생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제주 인근의 여러 섬에 사는 베트남출신 중에는 나보다 몇 년 전에 왔는데도 아직 말이 서투르고 아이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평군의 후인느 씨와 같은 농촌격오지 다문화여성들의 경우, 교육장에는 갈 수 없고 방문교육의 차례를 기다리다가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후인느 씨와 김지선 씨는 결혼이주 연차도 비슷하고 자녀들의 나이도 같지만 그들과 자녀들의 한국어 실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초기 언어교육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제도권 교육지원은 예산·인력 절대한계
일반인·학생 등 자원봉사자증가 고무적

▲ 수원 영복여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다문화 아동을 찾아 한국어수업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2015년 7월 안전행정부가 집계에 의하면 결혼이주자 통계를 보면 전국 305,446명의 결혼이민자 및 인지·귀화자 중 전국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 인구는 약 10만 명으로 집계된다.
이중 농촌 격오지에 거주하는 교육수혜 소외자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지만 약 5 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엄마에게 말을 한창 배워야 할 나이인 만 6세 이하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분포는 어떨까?
지난 2007년 26,445명에 불과했던 유아기 어린이는 올해 117,877명에 이른다.
매년 5천명이 넘게 태어나는 다문화가정 신생아 수를 감안할 때 농촌지역 격오지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이 강화돼야할 이유다.

방문교육사업은 한국어교육서비스, 부모교육서비스, 자녀생활지도서비 등 3개 분야로 나눠진다.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 부모교육서비스’는 임신, 출산, 영아기(임신 중~생후 12개월 미만), 유아기(12개월 초과~48개월 이하), 아동기(48개월 초과~만 12세 이하)의 주기별 각 1회 최대 15개월, 총3회 지원받을 수 있는 ‘초기 언어교육의 황금기회’인 셈이다.
전국 160여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예산과 지역 사정에 따라 뽑을 수 있는 방문교사는 약 750여명에 불과하다.

10만여 명에 이르는 농촌지역 다문화결혼이주여성 중 이같은 교육혜택은 산술적으로  연간 10%에도 못 미치는 인원만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방문지도사의 처우도 문제다. 석사학위까지 갖춰도 180여 만 원에 불과한 급여와 교통비 지원도 농촌의 경우 실비 2,500원에 불과해 지원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만으로는 태부족인 방문교육은 최근 일반인과 학생, 지역 사회단체 등에서 자원봉사자가 눈에 띄게 활발해 지고 있다.
시간과 예산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농촌격오지 다문화가정 교육은 속수무책으로 배움의 골든타임을 보낼 것이 아니라 다문화인식개선을 통한 사회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수혜자를 극대화 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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