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어떤 상황이건 사람들에게
가족은 가장 중요하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가족은 기대고 싶은 존재.

사람은 혼자 크지 않는다.
모두가 협력하고 협동할 때
희망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아침저녁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9월입니다. 뜨겁고 지루한 여름날도 이젠 자리를 물러납니다. 초가을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습니다. 비누거품처럼 뭉텅뭉텅 흘러가는 시간이 때론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농사일하랴, 가사에 푹 빠지다보면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은 오히려 감미롭기만 합니다. 익어가는 과일이며 들에 심은 농작물 하나하나에 사유(思惟)를 차곡차곡 담으면 힘들고 어려웠던 일마저 다 녹는 기분입니다.

미국 조너선 하이트 심리학교수는 “인간의 행복은 ‘사이’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나와 가족, 나와 친구, 나와 이웃, 나와 관계된 이들은 나를 중심으로 한 모든 관계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런 저런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머지않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명절이 다가옵니다. 도시에 살던 가족들이 부모님이 계신 농촌 고향으로 찾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가정은 대리석으로 된 방바닥과 금을 박아 넣은 벽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깃들고 우애가 손님이 되는 그런 집이 행복한 가정입니다. 인간의 미덕인 사랑과 우애는 바위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우애는 빵처럼 늘 새로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무엇으로 움직일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따뜻한 눈빛으로 보내는 다정한 말입니다. 먼저 마음을 보여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일 것입니다. 돈의 가치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는 건, 세상을 오래 살수록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가족을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며 자신의 것을 기쁜 마음 가득 담아 준다면 이 세상 그보다 값진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행동이 반드시 행복을 안겨주지 않을지는 몰라도 행동 없는 행복이란 없습니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내가 먼저 가족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핵가족화되어 차츰 잃어가고 있는 가정의 기능과 중요성을 자녀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은 인생의 스승입니다. 이런저런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일궈낸 결실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만끽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겸허함을 일깨우게 합니다.

여전히 우리농촌이, 농업이, 농업인이 “어렵다, 어렵다”고 합니다. 물질적인 어려움과 정신적인 고난은 모두 앞으로의 인생을 더 성숙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은 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또 내일은 새롭게 다가옵니다. 당장은 FTA(자유무역협정) 시장개방으로 어렵고 힘들겠지만 슬기롭게 잘 넘기고 나면 고통스럽고 힘든 날이 더 아름답고 장하게 보일 것입니다.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모든 것은 변해갑니다.

어떤 상황에서건 사람들에게 가족은 가장 중요합니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가족은 기대고 싶은 존재입니다. 물론 가족 간의 상처도 있을 것입니다. 부딪치고 긁히고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사랑과 믿음의 다른 얼굴입니다. 더 큰 사랑, 더 큰 믿음으로 성장시키는 필연(必然)의 통로입니다. 당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가족들이, 이웃들이 당신 덕에 속 시원하게 오늘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하겠다는 생각이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세상을 바꿔놓는 변화나 혁신은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의 산물입니다. 생각이 미래를 결정합니다. 오늘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우리농업, 농촌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크지 않습니다. 모두가 협력하고 협동할 때, 희망 바이러스가 전파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에 담긴 지혜의 삶을 일깨우는 9월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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