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34)

진짜 유기농업인은 진짜 생태를 걱정하는 농업인이자 철학자

유기농업이란 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일체의 화학비료, 농약, 그리고 항생제를 쓰지 않는 농업이다. 더 엄격히 말하자면 씨조차도 유기농에서 받은 것, 넣는 가축분뇨도 비료, 농약, 항생제, 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사료를 먹인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원칙대로 한다면 유기농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농업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엄격하게 말한다면 다른 곳에서 가져오는 자원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만들어진 재료를 사용해 농사짓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농사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도 최소화해야 한다. 돌려짓기(윤작)와 콩과작물을 재배하고, 유기질비료도 무턱대고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적정하게 주면서도 토양의 비옥도를 유지해야 한다.

가축을 기르는 것도 심리적이고 윤리적인 원칙으로 기르고, 유기농 사료를 먹여야 하며, 가축의 건강, 양분, 환경, 생산능력 등을 감안해 사육하는 마리수를 정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병의 예방, 가축의 복지라는 면을 가축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길러야 한다.

그래서 자연환경과의 관계에서 뺏는 것이 아니고 공생을 이어가고, 나아가서는 자연을 오히려 보호하는 견지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잡초와 병해충 방제는 가능한 한 생태적으로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주변에서 재배한 결과 지역에 적합한 작물과 품종 선택을 하고 윤작(돌려짓기)을 한다. 혼작(한 곳에 동시에 두 가지 이상 다른 작물을 심는 방법)과 간작(주 작물 사이에 다른 종류의 작물을 심어 가꾸는 방법)을 하고, 공생식물을 재배해 천적 활동을 높이는 방법으로 생태계를 살린다. 나아가서는 포식자와 기생동물의 방사 등 천적을 활용한다. 진딧물이 발생하면 기생성천적인 진디벌과 진디혹파리, 무당벌레 등을 풀어놓는다.

곤충들은 서로 호르몬의 일종인 ‘페르몬’을 분비해서 통신하고 교미한다. 이들은 성페르몬, 경보페르몬, 분산페르몬, 집합페르몬, 길잡이페르몬 등을 분비하는데, 농업에서는 주로 성페르몬을 써서 잡는다. 특히 사과과수원에서는 심식나방, 잎말이나방에 대해 교미를 교란시키는 성페르몬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벼, 콩, 단감, 사과 같은 경우에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를 집합페르몬으로 집합시켜 대량으로 잡는 개가를 올리기도 한다.

달팽이, 특히 민달팽이는 상추나 많은 채소와 꽃에 발생해 피해가 크다. 허지만 마땅한 친환경적 방제법이 없다. 많은 농가들은 담배와 맥주를 활용하는데, 종이컵에 맥주 50㎖와 담배 한 개피를 넣는다. 3~5m 간격으로 놓고 흙에 반쯤 묻는다. 2일에 한 번씩 달팽이를 꺼내버리고 담배와 맥주를 보충한다. 독한 담배일수록 효과가 크다.

그래서 유기농업인은 진짜 생태를 걱정하는 농업인이어야 함은 물론 철학자이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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