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동행취재 - 유럽 3개국의 농업농촌을 가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선진농업 연수

60년 한결 같은 독일의 농업정책
깨끗한 농촌, 정부·국민·농민의 힘으로
어린이 뛰노는 미래가 있는 젊은 농촌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회장 임현옥)는 지난 8월19~28일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3개국으로 선전농촌현장체험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해외연수는 농촌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다원적 가치를 도시민과 공유해 소득화하고, 국민 건강과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유럽의 농촌정책 사례를 벤치마킹해 농촌자원 소득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농촌클린운동의 모델로 삼기 위해 마련됐다.
9박10일간의 연수에 참가한 15명의 중앙회 임원과 도·특광역시 회장들은 유럽의 농업·농촌정책과 자연친화적인 농촌주민들의 일상을 보고 듣고 체험하며 행복한 농촌의 삶을 설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독일 슈베비쉬할 지역농민 생산자조합에서 운영하는 식료품 매장에 진열된 육가공품을 살펴보는 연수단.

도시화로부터 농촌을 지킨다
60년이 넘도록 정권이 바뀌어도 그 기조가 변함이 없는 독일의 농업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연수단은 독일의 농촌마을을 오감으로 느꼈다.
재래돼지를 복원해 소득화하고 생산자조합을 꾸려 함께 잘 사는 농촌마을을 만드는 슈베비쉬할의 축산농민들. 그들이 재래돼지에 눈을 돌린 것은 소득을 높이기보다 도시화로부터 농촌다움을 지켜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라니 우리의 접근방식과는 너무나 달랐다.

1988년 9명이 의기투합해 시작된 이 조합은 현재 1400여 명의 조합원으로 규모가 커졌으며, 현재는 재래돼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축종을 동물복지의 개념을 도입해 친환경적으로 사육하고 도축장과 가공공장, 직판장, 마트, 레스토랑까지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 중 사육기술이 뛰어난 농민은 기술지도자로서 조합농가에 기술을 전파하는 일도 한다.
고기 등 육가공품은 자동차로 2시간 내의 매장에만 공급한다니 장거리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로 환경오염도 억제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농업생산만으로 먹고 사는 게 목적이라는 그들은 조합 활동을 통해 농촌에서 젊은이들도 희망을 가꿔갈 수 있음을 증명해내고 있는 것이다.
예비 농촌여성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는 컴텐농업국의 농촌가정경영전문학교도 농촌여성들로 구성된 연수단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도시에서 시집온 여성들은 농촌가정주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씩 1년간 이곳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요리, 직조, 세탁법 등 농촌가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독일 농촌은 너른 초지와 옥수수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옥수수는 사료용으로도 쓰고, 축분과 옥수수를 바이오매스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며 남는 전기는 전기회사에 팔기도 한다. 또 대부분의 농가주택의 지붕에는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어 전기를 자가생산하고 있다.
우리의 농촌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연수단은 감탄과 부러움을 쏟아냈다.

▲ 연수단이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우수마을인 괴리스리드 농촌마을에서 숲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 오른쪽은 괴리스리드 마을의 보육원)

인간과 자연이 하나된 농촌마을
특히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경진대회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괴리스리드마을의 아름다운 마을 전경, 아이들이 티 없이 뛰노는 시골유치원, 수백 년 된 산업혁명시대의 발전시설, 숲을 이용한 녹색교육 등은 우리 농촌의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래된 농촌마을이 최소한의 손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터전이 됐다.

▲ 독일 알고이지역 치즈가공 직판장에서 치즈를 시식하고 있다.

300가구에 1천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계곡물을 이용한 수영장 겸 송어양식장, 숲체험교육, 마을주민세로 운영되는 무상보육원, 다양한 동호인 활동을 위한 공간과 공연장,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주민들의 편익은 물론, 외부 관광객의 휴양에도 제격인 곳이다.
신기술,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돈 버는 농업이 아닌 사람과 자연을 우선시하는 농촌정책이 지금의 ‘떠나지 않는 농촌’을 만들어온 것이다.

도심에서 체류하며 농업을 체험하고 힐링도 하는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에서는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도시농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이미 150여 년 전부터 시작된 클라인가르텐은 정원이 없는 도시민을 위해 녹색공간을 제공하고 있는데, 채소와 과수, 화초 등이 자라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며 도시의 허파로서, 공기정화, 도시 온도 강하, 소음과 먼지 저감 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국가, 인종,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마음을 터놓는 작은 지구촌이기도 하다.

농촌이 온 국민의 휴양공간
자연경관이 뛰어난 오스트리아의 농촌은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경관을 보존하는 농민들 덕에 지역경제도 덩달아 활성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조상이 심어놓은 사과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베지 않는다. 농사일에 방해가 될 법 한데도 그것을 보존해야 할 경관이나 문화로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오래된 나무에는 다양한 동물상이 서식하는 소우주다.

국민의 대부분이 농촌지역에서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국민들에게 주거공간,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농업농촌이라고 당당히 외친다.
우루과이라운드 당시 국제적인 압박으로 농업보조금 지급 금지를 강요받을 때 이들 유럽국가는 농업에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경관’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라고 대응했다고 한다. 농토를 바로 문화라는 개념으로 법제화

▲ 독일 컴텐농업국 농촌가정경영전문학교에서 요리 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한 것이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허름한 시골집 하나도 소중히 이어가야 할 문화로 여기는 유럽의 국민들. 이런 철학의 바탕에는 농업에 보조금을 지원해도 아깝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 국민들을 설득하고, 나무 한그루의 가치를 따져 생산보전, 친환경, 조건불리지역 등에 다양한 직불금으로 농민들에게 아름다운 농업문화를 지키도록 하는 이들에게서 우리 농업농촌이 나가야할 미래를 보는 듯 했다.

「농민들도 일반 국민과 동등한 생활의 질을 향유하며 발전에 동참해야 하고, 일반 국민에게 건강한 식품을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농업은 국제 식량문제 해결과 국제농업교역에 기여하고, 또한 문화경관을 보존하고 다양한 동식물상을 보호한다.」
이것이 60년 전 녹색교육을 강조하며 농업발전을 꾀해온 독일의 변하지 않는 농업정책 목표다. 농업과학기술 혁신, 농업소득 향상, 억대 농부, 6차산업화, 귀농 등 수치로 평가하는 우리의 농업정책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구호다.

▲ 독일 칼스루에 클라이가르텐협회를 방문해 독일의 클라이가르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공부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유럽의 농촌을 우리도 배우자”
연수를 마치며 회장단은 간단한 강평회를 가졌는데, 유럽 농촌을 배워 우리 농촌을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다짐하는 자리였다.
“생활개선회원이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것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오랜 세월 동안 농업정책이 바뀌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농촌가정경영전문학교에서 여성들이 장기간 교육을 받는 게 부러웠다. 우리도 이 같은 교육을 접목해야 한다.” “유럽과 농업농촌 여건이 달라 우리에게 적용하기에 힘든 점도 있지만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았다.” “농촌이 너무 깨끗하고 주인의식이 철저하다. 국민들이 농업농촌을 위하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연수에 대한 소감은 대부분 일맥상통했다. 임현옥 중앙연합회장도 “이번에 유럽에서 보고 배운 것을 한국에 돌아가서 각자의 농촌현장에서 적용해보자”며 “그것이 농촌여성지도자의 역할이자 이번 연수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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