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할랄 인증 한식음식점 ‘이드(Eid)’

 “한식이요? 한국에 올 때면 말레이시아에서 라면을 잔뜩 싸 와요”
지난 7일 서울 삼성동의 ‘할랄엑스포코리아’에서 만난 로하이자 씨의 말이다. 한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무슬림이다. 한국에 왔으나 한식을 먹지 못하는 이유는 할랄(Halal)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이슬람권 관광객 수는 61만 명(2014년 기준). 5년 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의 이슬람권 관광객은 ‘한류 열풍’으로 인해 더욱 더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이슬람권 방문객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할랄 인증 음식점은 겨우 6곳에 불과하다.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전문 음식점은 지난해 문을 연 ‘이드(Eid)’가 최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이드’를 운영 중인 유현우 대표를 만났다.

▲ 말레이시아에서 온 리나 씨(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두번째)는 “말레이시아에서도 닭고기를 많이 먹지만 삼계탕은 처음 먹어본다”며 “고기 육질이 좋고 맛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할랄인증 한식음식점
‘축제’라는 뜻의 ‘이드(Eid)’는 한국을 찾는 무슬림을 위해 만들었다.
“한국에 오면 음식 섭취에 어려움이 많은 무슬림을 위해 할랄 음식으로 한식을 대접하면서 축제처럼 즐기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L)’에서 할랄 인증을 취득한 유 대표는 규정에 맞는 할랄 고기와 유기농 채소, 알코올 성분을 제거한 고추장 등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음식을 담는 그릇과 재료를 공수하는 가게까지 세세하고 꼼꼼하게 고려한다. 현재 가게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삼계탕과 비빔밥, 불고기, 해물덮밥, 짜장밥, 생선구이 6가지. 무슬림뿐만 아니라 한국인 또한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할랄 음식은 건강하고 깔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하루 평균 100분 중 30분 정도는 한국인 고객입니다.”

▲ 가게 앞에 선 유현우 대표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
‘이드(Eid)’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무슬림을 위한 도시락 배달이나 출장음식 서비스,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겸비한 게스트하우스 운영도 하고 있다.
“무슬림을 위한 음식점을 운영한다고 하면, 단순히 무슬림을 상대로 음식을 만들고 돈을 받는 곳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슬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유 대표는 10년 전 무슬림이 된 형과 마찬가지로 무슬림이다. 조리를 담당하는 요리사 또한 무슬림이다.
“할랄 인증 음식점은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본사항 준수뿐만 아니라 작고 세심한 부분까

▲ 할랄 인증을 받은 '이드(Eid)'의 삼계탕

지 고려해야합니다. 야채를 구입할 때도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 옆에 있는 가게에서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교차 오염’이라고 해서 할랄 식이 아닌 다른 식재료와 가까이 있는 것도 사용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게에 오신 손님께 음식을 추천할 때도 간장 문화를 가진 말레이시아 분께는 불고기를 추천하지만, 중동이나 터키와 같은 더운 기후의 지역은 후식은 달게 먹어도 음식은 달게 먹지 않기 때문에 불고기보단 삼계탕을 권하기도 합니다”
각 나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율법을 행하는 것은 무슬림에게 ‘삶’이라는 일상이기에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할랄 문화 스트리트’ 생겼으면
“일본 같은 경우, 정부 차원에서 할랄 식으로 조리한 일본 라멘 등을 파는 할랄 문화 거리를 조성했다고 들었습니다. 국내에도 이슬람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히잡을 써 본다거나 이슬람권 사람들도 할랄 식으로 조리한 한식을 먹을 수 있는 ‘할랄 문화 스트리트’를 조성돼서 할랄과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할랄 산업 단지’ 조성과 같은 관련 산업들도 자연스레 발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고 난 뒤 산업이 발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 대표에게 앞으로의 행보와 바람에 대해 물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이드(Eid)’가 좀 더 자리를 잡으면 해외에도 할랄 인증을 받은 전통 한식 음식점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할랄이나 이슬람에 대해 종교적인 측면보다 한 사람의 삶의 일부이자, 한 나라의 문화라는 측면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L)’에서 할랄 인증을 취득한 ‘이드(Eid)'. 현재 할랄 인증을 받은 국내음식점은 6군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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