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 한국보건의료정책연구원 수석부원장

▲ 안호원 한국보건의료정책연구원 수석부원장

"독립운동이 남성들만의
일이 아니었듯이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장의 뒤에도
여성들의 역할이 컸다."

2015년 8월15일은 광복70년이지만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광복은 우리 민족이 36년간의 일제치하에서 벗어나는 축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극적인 분단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이기도 하지만 3. 1 운동이 일어 난지 96주년이 되는 해이다. 3. 1운동 하면 우리는 유관순 열사를 제일 먼저 기억한다. 유관순 열사는 신여성이라 할 수 있지만 당시는 유교적 바탕 위에 가부장제도가 뿌리 깊어 여성들은 아예 모든 부분에서 배제 되어 왔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다. 또한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곁에는 늘 여성들이 있었다. 남편이나 자식이 투옥되면 옥바라지는 물론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지만 여성독립운동은 내조에만 국한 되지 않았다. 정정화, 남자현, 조신성, 오광심, 지복영, 박차정, 오희옥 투사 등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적군의 정보를 수집하며 독립전쟁에 직접 참전했다. 한국 첫 여성 비행조종사인 권기옥은 중국 항일대전에 참전해 도쿄 폭파를 시도하는 등 일본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우리는 지금 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각계각층의 평범한 여성들이 남성들 못지않게 독립운동을 했다. 어머니, 아내, 딸,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광복의 밑거름이 되었던 수많은 여성들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대의명분을 좇아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았던 것이다.
우리는 지난 70년을 거치면서 세계가 놀랄 정도로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광복 직후 분단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세계 최빈국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이 지금은 수출액 세계 7위, 경제규모 13위를 자랑하는 부강국가가 된 것이다. 이런 경제적 성장에서 빼 놀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여성들의 역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서독으로 일하러 간 간호사들, 공순이 소리를 들어가며 산업전선에 뛰어든 수많은 공단의 여성들, 그리고 가발공장의 여성들과 버스 안내원 등 인격도 무시된 채 열악한 조건 속에서 여성들이 흘린 눈물과 피, 그리고 땀의 대가로 한국은 최빈국을 벗어나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에겐 선진국 따라잡기 대신 변화된 환경에 적절한 새로운 길을 찾는 창의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광복 70주년은 한국 경제에도 특별한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역사 창조의 주인공은 결코 남성만으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한국가족의 변화는 가부장제가 약화되면서 부부 중심의 핵가족 시대가 됐다. 이 같은 전통과 근대의 결합으로 인해 여성들의 높은 교육열, 기혼여성들의 취업률 증가, 경제성장을 통한 소득 증대, 많은 일자리에 여성들이 진출해있다. 여성을 배제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사회기업, 심지어는 군인으로 특수부대요원이 되기도 하며 각계각층에서 남성이 무색 할 정도로 진가를 발휘한다.

여성의 참여가 중요 한 것은 무엇보다 여성의 생애경험이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사회 전체의 질서와 안전성을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 뒤에는 언제나 여성이 있었음을 잊지 말자.
광복 70주년을 넘어서며 우리는 국가 경제는 물론 가정을 위해서라도,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념과 지역,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대한민국을 지향하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또 다른 70년의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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