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미래사회는 근육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폭 넓은 경험,
온갖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 온
아버지, 어머니가 필요한 사회"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나이 들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납니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우리들 길을 밝혀줍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 아니었다면, 기도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었겠습니까. 아버지, 어머니의 품속은 늘 새로운 희망이 퐁퐁 샘솟게 합니다. 어려움과 아픔을 삭여내고 녹여낸 마음에서 솟아나옵니다. 아버지, 어머니에게 기대어 상상력을 키웁니다. 숨겨뒀던 말씀을 꺼내어 글을 짓습니다. 말허리를 돌리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면서 철철 삭아 내리는 어리굴젓 속 같은 세상을 얘기합니다. 왜 세상을 아프게 살아야 하는지 외치고, 왜 완전한 휴식 같은 자유를 누려야 하는지 귀 덧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그 품속은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온갖 실패와 불행을 겪으면서도 인생의 신뢰를 잃지 않는 낙천가는 훌륭한 아버지, 어머니의 품속에서 자라난 사람들입니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은 말했습니다. ‘가정은 나의 대지다. 거기서 나는 정신적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공간이다’ 아버지, 어머니도 그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 가정이라고 말입니다.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는 우리들 마음을 안온하게 만듭니다.
‘아들에게 각막을 주려고 자살한 인도의 어머니’라는 글을 읽고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십대의 두 아들이 모두 앞을 못 봐, 아들에게 자신의 눈을 하나씩 나눠주려고 자살했다는 내용입니다.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려고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을 바친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아낌없이 내어 주는 사랑은 위대합니다. 이에 울림이 되고 감흥해 내리사랑을 잉태합니다.

‘정수리에 부은 물이 발뒤꿈치로 흐른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들의 거울입니다. ‘쟤 뉘 집 자식들이냐 ’는 말은 바로 아버지, 어머니가 누구냐는 물음입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 온 집안 내력을 들먹이는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윤리교과서입니다. 그만큼 아버지, 어머니의 몫이 큽니다.

유명한 007시리즈 중에 ‘두 번 산다’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제임스 본드만 두 번 사는 게 아니라 이젠 고향의 아버지, 어머니도 두 번 살 수 있고, 또한 반드시 두 번 살아가셔야 합니다. 우리는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삶의 시기를 번식기와 번식후기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진 제1인생인 ‘번식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았지만, 앞으로는 제2인생인 ‘번식후기’는 덤으로 엉거주춤 따라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번식후기는 더 이상 단순한 잉여(剩餘)시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식들도 아버지, 어머니 품속에서 다 길러냈고 근력도 예전 같지 않으니 편히 쉬어야지’ 라는 생각은 이제 떨쳐 버려야 합니다. 황혼의 여생이 아니라 당당하고 활기찬 제2인생이기에 그렇습니다. 미래사회는 더 이상 근육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폭 넓은 경험을 하며 온갖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 온 아버지, 어머니가 필요한 사회입니다. 두 번째 인생이 엉거주춤 첫 인생에 걸쳐 사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아버지, 어머니의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고향의 아버지, 어머니는 세월이 덧없다고 합니다. 나이든 게 아쉬워서가 아니라 인생이 기쁘지 않다는 뜻입니다. 세월을 붙잡고 더디 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버지, 어머니 자신뿐입니다. 즐겁게 사는 것이 세월을 더디 가게 하는 묘책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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