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에 강원도 영월군으로 귀농한 미순‧승섭씨 부부는 해발 800m 위에서 산채 재배와 농장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해발 800m위 농장서 산마늘 등 산채 재배
모노레일 설치해 농장체험 활성화 계획

강원도 영월군 망경대산 중턱에는 한밤중만 되면 도깨비로 추정되는 물체가 출몰한다. 험상궂은 뿔이 달린 도깨비를 직접 본 이는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도깨비불을 본 목격자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여름철을 맞아 본지는 그것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도깨비불이 나타난다는 해발 800m ‘그곳’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낮에는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받고 밤에 주로 일하다보니 깜깜해서 일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마에 조명을 달고 일을 하기 시작했죠. 그게 도깨비불처럼 보였나봐요.”

도깨비의 정체를 밝히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문제의 ‘그곳’에는 산채농장을 경영하는 인심 좋은 젊은 부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낮에는 귀농수업을 듣기 때문에 밤에 일할 수밖에 없어 조명을 켜고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이 농장의 상징이 됐다는 것.

2011년 4월에 귀농한 이미순‧이승섭 부부는 75,900㎡(2만3천평)의 망경대산 800m 고도에서 산채를 재배하고 있다. 산마늘, 어수리, 곰취, 병풍취, 아로니아 등 총 10종 이상을 재배하며 5년째 도깨비 산채농원을 경영하고 있다. 취약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입소문과 산나물 애호가의 소개로 산나물 채취의 적기인 4~6월에는 방문객만 450~500명이 왔다간다. 전화주문과 인터넷 주문까지 합치면 그 수는 배가 될 터.

도깨비 산채농원에서 자라는 산채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 '산채이야기'는 유기농으로 자라 방문객의 후각과 미각을 사로잡는다.

“높은 지대에 있다 보니 해충들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자연스럽게 무농약으로 키운 유기농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됐어요. 맛과 향이 하우스에서 자란 나물과는 비교할 수 없고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와~ 산채가 이런 맛이었구나’하고 감탄하세요.”

산채음식연구소에도 납품하고 있다는 생활개선회원이자 산채연합회 여성지회장이기도 한 미순씨는 직접 기르는 산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뿐만 아니라, 미순‧승섭씨 부부는 도깨비 산채농원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산채들을 직접 캐서 가져갈 수 있는 체험농장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얼마 전에는 농원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모노레일을 설치했어요. 방문객이 모노레일을 타고 산채를 직접 채취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죠.”

영월군농업기술센터에서 6차산업 관련 수업을 들으며 공부중이라는 미순씨는 최근 농업 트랜드에 발맞춰 수요자 중심의 농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중이다.

▲ 도깨비 산채농원은 모노레일을 타고 산채를 직접 채취할 수 있다.

“아무래도 산채가 봄에 피는 작물이다 보니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체험활동하기가 힘이 든 것은 사실이에요. 요즘에는 산채 외에도 농장을 활용해 ‘나무 속 평상 캠핑’과 같은 사철 관광객을 만날 수 있는 체험활동을 개발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도시민이었던 그들이 처음부터 산채 재배에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귀농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잔대 씨앗을 구입해서 파종하고 거름 주고 열심히 길렀는데 실패했어요. 누룩치도 병풍치도 마찬가지였죠. 2년을 고생하고 겨우 터득할 수 있었답니다.”

실패 끝에 재배 환경에 맞는 재배 비법을 스스로 터득했고 지금의 농장을 꾸릴 수 있었다는 것. 미순씨는 농장을 방문하는 임업후계자나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이 갖고 있는 산채재배 비법을 바탕으로 귀농상담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휴식을 선사하는, 정신적․육체적으로 힐링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장소, 특별한 ‘도깨비 산채농원’이 됐으면 합니다.”

귀농 전까지 도시에 살았던 미순씨는 각박한 도시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힐링’공간을 본능적으로 꾸리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도깨비 산채농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치유 받고 이로운 휴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망경대산을 내려왔다.

강원도 영월군 망경대산 중턱에는 한밤중만 되면 도깨비로 추정되는 물체가 출몰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도깨비는커녕 ‘이로운 휴식’을 나누고 싶어 하는 넉넉한 웃음의 젊은 부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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