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신어(新語)범람시대’

국립국어원, 지난 3년간 집계된 신어 1,311개
신어로 인한 계층 간 의사소통 문제 골 깊어져

올바른 신어 활용 위한 관련 기관의 대책 마련 필요

“완전 심쿵해! 내가 금사빠이긴 해도 그 오빠 진짜 뇌섹남이지 않냐? 자세한 건 갠톡해. 읽씹하지마!”
경북 봉화에 살고 있는 이정금(77) 씨는 최근 들어 손주들이 하는 이야기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들끼리 통화를 하는 걸 옆에서 듣다 보면 도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외국어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
바야흐로 ‘신어 범람의 시대’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2014 신어’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집계된 신어는 총 1,311개다. 세상에 없던 말들이 탄생한 숫자다.

SNS(누리소통망서비스)의 폭발적 사용 증가와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의 증가로 최근 언어의 경제성과 유희성을 추구하는 신어가 대거 등장했다. 신어의 증가는 세대 간, 계층 간의 의사소통 문제, 국가지식정보체계 관리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사친’,‘교카충’,‘뇌섹남’ 축약과 복합어 형태의 신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미디어新문맹: 국민의 신조어에 대한 인식 및 수용행태’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 100개에 대한 이해 정도는 전체 평균 4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TV나 신문, 미디어 매체에 등장하는 신조어에 대해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셈이다. 신조어를 정보통신, 사회·시사, 유행어, 은어·속어의 분야로 구분해보면 유행어에 대한 인지도가 58.7%로 가장 높았고, 사회·시사 분야는 31%로 가장 낮았다.

신어의 사용은 인터넷과 SNS 사이에서 사용하는 비율이 5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SNS 사용률이 적은 노년층과 SNS 사용률이 높은 청년층 사이에서 신어에 의한 의사소통의 문제는 필연적이다.
‘여자 사람 친구’를 줄여 ‘여사친’, ‘맛있는 저녁’를 줄여 ‘맛저’라고 부르는 ‘축약’이나,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로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뜻하는 ‘뇌섹남’과 ‘교통카드충전’의 줄임말인 ‘교카충’처럼 ‘한자어’와 ‘외래어’ 결합된 ‘복합어’의 형태를 띠는 것들도 있다.

계층 간 의사소통의 골 깊어져
국립국어원은 매해 12개월에 걸쳐 대중 매체 언어를 대상으로 신어 후보를 추출하고 비속어를 제외해 그 해 신어를 최종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후 지속적인 사용 양상을 관찰해 사전의 등재 여부와 표준어 여부를 선정한다.
2014년 조사된 신어는 모두 335개. 지난 6월에 새로이 등재된 표준어로는 ‘도긴개긴’과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 ‘너무’ 등이 있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문 규범과 현실언어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어문규범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범람하는 신어로 인해 계층 간 발생하는 의사소통 문제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올바른 신어 활용에 대한 국립국어원과 관련 기관의 대책 마련과 TV나 신문 등 미디어의 올바른 홍보, 학교기관의 교육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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