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 이경환 센터장

농업용 로봇은
융합․복합의 꽃…
생산자동화에 기여하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는 약 230만 년~140만 년 전에 살았던 사람속 화석인류이다. 하빌리스는 ‘손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호모 사피언스보다 오래된 인류다.

이렇듯 사람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도구의 사용이다. 편리함을 찾는 인간의 욕구에 따라 끊임없이 발명돼온 도구는 인간 상상력의 꽃이다. 자연을 이용한 도구에서 벗어나 이제는 도구를 움직이는 또 다른 도구를 만들어 새로운 발명품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과 닮았으며, 인간이 하는 일도 대신한다.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말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응집된 인간의 피사체 ‘로봇’은 이러한 도구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봇(robot)’이라는 용어는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Carel Čapek)의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 (Rossum’s Universal Robot)」(1920)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이 희곡에서 로봇은 인간을 위해 많은 일을 하지만, 노동을 하며 지능과 반항 정신이 발달해 결국 인간을 멸망시킨다.

문학작품에 처음 등장한 로봇이 1960년대부터는 산업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한 산업용 로봇은 1980년대에 기술적 안정화시기를 거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을 기점으로 산업을 넘어 인간의 새로운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새로운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농업용 로봇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용 로봇은 1990년 후반,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GPS 신호를 따라 움직이는 자율주행 트랙터가 그 시작이다. 이후 오이나 토마토 같은 채소류를 접붙이는 접목로봇을 개발해 노동력은 60%, 생산비는 23%를 줄이며 실용화에도 성공했고, 이탈리아, 미국 등 13개 나라에 60여 대를 수출했다.

얼마 전, 농촌진흥청은 개발 중인 제초로봇 시연회를 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이 해프닝을 언론사마다 각기 다른 시각에서 보도했고, SNS에서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사실, 개발 중인 로봇을 전문가와 사용자인 농민 앞에서 선보이고 개선점을 찾는 것은 꼭 필요한 연구 과정의 하나다. 그 과정 중에 고장이 날 수도 있다. 오류를 해결하면서 로봇의 안정성과 실용성을 높여 보급을 촉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록 제초로봇이 연시 도중에 고장이 났고, 수리에 3시간이 소요됐으며, 또, 이후 다시 작동하면서 모를 자르는 실수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제초로봇을 만든 연구원들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했고, 그 후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6억 원이라는 연구비를 낭비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농업용 로봇 연구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실수가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연구의 과정일 뿐이다.

이제는 농업도 식량 생산이라는 단순한 목표에서 벗어나 작업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이미 선진국에서는 농작업을 무인화하고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업생산 무인자동화 연구센터’를 지원하며 벼농사뿐만 아니라 밭농업과 농업시설도 스마트 농업으로 유도하고 있다. 한 번의 실수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 ‘로봇’처럼 다시 꼿꼿이 일어나 목표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

농업 로봇 연구는 특히, 작물과 환경, 기계, 전자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복합 돼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농업 로봇이 융합‧복합의 꽃이라고 자부한다. 이번 일을 거름 삼아 농촌진흥청이 농업 로봇 연구에 더욱 힘써 우리나라의 농업 생산 자동화에 기여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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