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29)

염류장해가 생겨도
완숙 유기물을 많이 주면
문제를 덮어준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골고루 잘 먹여야 잘 큰다. 내 키가 160㎝를 넘지 못하는 것은 어린 시절 해방과 6․25동란을 겪은 데다, 어머니의 속을 꽤나 썩여 드렸을 정도로 입이 짧았기 때문이다.

비료로 농사를 잘 짓는 최상의 비결은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분석을 받아보는 것이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모든 작물에 표준시비량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없어졌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진단을 해주기 때문이다. 흙에 축적돼 있는 양분은 밭마다 달라 분석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주다가는 많은 것은 많이 주고, 적은 것은 적게 주면 흙을 버리고 수량을 깎아버리게 된다. 게다가 단비(單肥)의 값보다 1.7배나 비싼 복합비료를 주면 국 쏟고 허벅지를 데이는 격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무료로 분석해 주는 토양분석을 몇 년이 가도 안 받는 농가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 농가는 손해가 많다.

14가지 필수원소 각각에 신경 쓰고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질소-인산-칼륨 3요소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니까 항상 많이 신경을 써야하고, 칼슘과 마그네슘, 그리고 황은 좀 신경을 써야한다. 나머지 미량요소 8가지는 한 가지만 주면 한꺼번에 해결된다.

질소-인산-칼륨은 토양분석을 하면 얼마 주라는 양이 나온다. 인산은 전량 밑거름이다. 이때 퇴비와 함께 주면 비료 효과를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인산은 흙속에 무지 많은 철과 알루미늄에 고정돼 효과가 반감되는데, 이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소와 칼륨은 물에 녹아 손실이 잘 되므로 2~3회에 나눠준다. 칼슘과 마그네슘은 처방서에 흙에 있는 양이 나오는데, 칼슘의 양은 대체로 마그네슘 양의 3배 전후가 이상적이다. 만일 마그네슘의 양이 칼슘 양보다 많으면 농사가 안 된다. 황은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 다른 비료 속에 들어 있는 양으로도 충분하다. 그럼 미량요소는? 퇴비를 10a당 1.5톤 이상 주면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퇴비(유기물)를 충분히 줬는데도 미량요소 결핍증이 왜 나타날까? pH가 5.5이하로 떨어지거나 7이상 높아지면 나타난다. 그때는 pH를 조정해야 한다. 산성일 때는 석회 또는 석회를 물에 녹인 석회포화액을, 알칼리성에서는 인산이나 질산을 희석해서 줘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항상 신경을 써야 할 성분은 질소와 인산이다. 특히 이 두 성분은 pH에 따라 유효가 널을 뛰므로 6.5~7.0 사이에 맞춰주면 나머지 성분에도 좋다. 질소-인산-황-미량요소 등은 유기물에 저장되고, 칼륨-칼슘-마그네슘은 흙 알갱이에 저장된다. 칼륨-칼슘-마그네슘이 지나치게 많아 염류장해가 생겨도 완숙 유기물을 많이 주면 다 저장해줘서 문제를 덮어준다. 유기물의 역할이라니... 꼭 우리네 엄마 같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