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스토리텔링은 섬세하고
창의력을 갖춘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생활주변에서 음식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TV를 틀면 음식이나 요리 프로그램이 자주 눈에 띈다. 다큐멘터리나 역사 프로그램을 주로 보는 나로서는 요리 프로그램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아내는 최근 ‘쿡방’이나 ‘먹방’이 대세이니 당신도 이 프로그램을 보라고 한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고, 쿡방은 요리하다는 뜻의 ‘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라고 한다.

최근 한국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방송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외국 소비자들이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도 증대된다. 중국에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은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식 치킨에 열광하면서 ‘치맥 열풍’이 일었다. 중국 내 한국식 치킨점 매출액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치킨점에 중국 소비자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자,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라면 매출이 6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도 중국, 동남아 등에 많이 수출된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현지인들도 많다. 드라마, 예능 등 방송콘텐츠와 연계된 마케팅 활동이 한식과 한국 농식품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쿡방, 먹방의 인기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이 마케팅과 결합되면 농식품 수출은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류열풍의 다음 타자는 한국 음식이다. 문화도 요리로 표현하는 시대다. 방송콘텐츠를 통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려면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와 트렌드를 강조해야 한다. 길거리음식부터 고급 한식까지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하고, 스토리가 있는 문화로 접근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이 즐겨먹는 설렁탕은 ‘선농탕(先農湯)’에서 나온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봄이 되면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를 올리고 임금이 백성들에게 고기를 뼈째 고은 선농탕을 하사했는데, 이것이 설렁탕의 기원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흔히 먹는 만두의 유래는 이러하다. 촉나라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가던 중 여수(濾水)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폭풍우가 몰아쳤다.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자 현지인들이 “남만에서는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자하면 49명의 사람을 죽여 그 머리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제갈공명은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하고 대신 양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두소를 만들고 밀가루로 싸서 사람머리 모양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 바람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이때 빚은 음식이 ‘남만 사람들의 머리’인 ‘만두’라고 한다. 간편식으로 인기가 많은 샌드위치는 카드놀이에 빠진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자리를 뜨지 않고 식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나면 익숙한 음식도 새로워 보인다. 음식 관련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하는 것이 글로벌시대의 농식품 수출전략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은 섬세하고 창의력을 갖춘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생활주변에서 음식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 미식평론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개인의 품격이 먹는 음식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 국가의 운명은 그 나라가 식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브리야 사바랭의 말과 같이 먹는 음식으로 국가와 국민이 평가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식문화를 즐기는 시대다. 우리 농식품과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여성들이 앞장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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