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사람 -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조한희 관장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무한한 사고의 장…‘노벨상양성소’ 역할 기대
우주 탄생부터 현재까지 지구 6억년 역사 한 눈에…
국내 자연사박물관 최초 발굴 공룡 ‘청운이’
흥미로운 기초과학 이야기 전개…과학 문화의 대중화 목표

흔히 인상에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나타난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베푸는 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반대로 부정적이거나 탐욕스러운 사람은 인상 자체에 그것이 묻어나 또 보고 싶은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아기의 얼굴이 세상 어떤 모습보다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이유도 세속적 욕심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여기 눈을 마주쳐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편이 온화해지고 기운이 나는 인물이 있다. 그는 40년 넘게 한 분야에 몰두하며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교육, 미래 나아가 전체 인류의 행복을 욕심 없이 바랐다. 계룡산 자락이 감싸고 있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 조한희(63) 관장을 만났다. 

▲ 조한희 관장이 자연사박물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주탄생부터 지금까지 5천개 이상의 표본이 전시돼 있어요.”
박물관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자 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1층은 공룡의 세계, 2층은 우주와 암석의 세계, 3층은 갖가지 식물 표본과 인간 질병에 관한 전시물로 6억년 지구의 시간을 한 눈에 볼 수 있답니다.”

문득, 가장 애착이 가는 전시품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당연히 청운이죠. 청운이는 우리 박물관에서 직접 발굴한 1억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이에요. 길이 25m, 높이 16m, 무게 80톤에 이르는 공룡인데, 몸집이 너무 커서 발톱을 좌우로 회전해서 몸의 방향을 겨우 움직일 수 있었죠.”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청운이는 박물관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서면 로비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청운이를 국내 최초로 발굴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그밖에도 규모나 실적 면에서 타 박물관과 차별화된 부분들이 많았다.
“우리 박물관은 개관한지 11년 됐지만 그 준비 기간은 자그마치 40년입니다. 그만큼 연구기간도 길었고 긴 세월만큼 인연을 맺고 있는 자문위원도 많죠. 모두 5천여점 이상을 전시하고 있는데,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5%밖에 안돼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안과의사 이기석 박사가 2004년에 설립했다. 40년 전 이기석 박사는 치료할 때 필요한 도구들을 구하기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갔고, 그만큼 선진 과학기술을 접할 기회도 많았다. 그리고 자연사박물관을 발견했다.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진화론을 주창한 생물학자 다윈도 어렸을 적에 자연사 박물관에 들러 수많은 영감을 받았대요.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나라는 자연사박물관 수도 많답니다.”
조 관장은 놀라움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박물관에 오면 공룡부터 눈에 띄죠. 처음에는 놀랍고 신기하고, 만져보고 싶고. 그리고 드는 생각은 공룡이 지구에서 사라진 이유에요. 가설은 많지만 공룡이 멸종한 이유는 결국 기후 변화 때문이랍니다. 아이들은 환경 변화 때문에 거대한 공룡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죠. 그리고 생각을 해요.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아이들은 노벨상 인재로서 자라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겁니다. 세계적 리더로 자라게 되는 그 시작이 되는 거죠.”
그는 자연사 박물관이 노벨수상자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단지 거들뿐이에요. 살짝 터치(touch)해 줄 뿐이죠.”
그밖에도 조 관장은 기초과학을 기본으로 한 과학문화의 대중화를 자연사박물관으로 이루고자했다.
“우리 박물관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요.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고 다들 생각하는데 그러면 섭섭하죠. 우리 프로그램은 누구나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어요.”

‘에코 싸이언스 CEO 캠프’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서 박물관 안에서의 전시품 관람은 물론이고 밤에는 박물관 옥상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행성을 관찰하고 다 같이 누워 육안으로 하늘에 떠 있는 별구경을 한다. 또한, 계룡산에 들어가 고사리, 단풍나무 등 직접 식물들을 관찰하게 하고 곤충채집도 한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선생님으로 모셔오기 때문에 콘텐츠의 우수함은 보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농촌여성신문을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과거에는 노동이 중요했지만 현재와 미래는 슬기와 지혜, 섬세함이 요구되는 사회에요. 그런데 그러한 특성은 여성과 밀접하죠. 여성의 역할과 영향력은 집단을 넘고 한 나라를 넘어서 인류에게 공헌할 수 있다고 믿어요.”
조한희 관장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 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껴요. 얼마 전 자연의 소리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거기서 아이들은 새가 우는 소리, 개미가 기어 다니는 소리를 들어요. 그때부터 세상에 대한 관찰과 생각은 시작되는 거에요.”

▲ 조한희 관장이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청운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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