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허건양 농업공학부장

지난 6월1일,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고, 올해 안에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FTA를 통해 약 12조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FTA는 양국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패션·화장품·가전제품·고급식품 등 소비재 품목의 수출이 기대되는 반면, 농업의 피해도 예상된다. 중국산 수입농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고관세로 대응해왔던 고추, 마늘, 양파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고추, 마늘, 양파, 배추, 무, 콩, 감자, 고구마, 잡곡 등 14품목을 대상으로 기계화율을 높여 밭작물의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밭농업 기계화율은 56.3%로 논농업 기계화율 97.8%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품목이 많고 재배 면적이 적은 밭작물의 특징 때문이다. 지역특화작목 위주로 재배되는 밭작물은 다품목 소량생산일 수밖에 없고, 그런 작업에 들어가는 농기계도 대부분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농업기계의 수요가 적으면 99%가 소규모 기업인 농기계 생산업체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는 농가나 지자체 등의 현장애로를 외면할 수 없다. 비록 판매량이 많지 않더라도 국가에서는 농기계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여 개방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할 때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술수요조사를 통해 연구개발과제를 발굴하도록 돼 있다. 밭작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기계가 무엇이고, 농가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기술이 무엇인지 등 ‘고객의 요구’를 기술수요조사를 통해 먼저 파악한다. 기술이 필요한 농업인, 그런 기술을 산업화해야하는 산업체,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학계 등 다양한 관련자들이 모여 연구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민의 세금이 연구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되도록 제도화 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과 보급에는 괴리가 있다. 즉 농업인의 요구가 매우 높은 농기계를 개발했지만, 개발된 농기계가 곧바로 구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농가가 농기계를 직접 구입하기에는 밭작물 재배면적이 영세하고 구입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서 개발한 농기계가 한 대도 보급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농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현장에서 필요한 농기계를 개발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다만, 개발한 농기계가 전혀 보급되지 않은 경우에도 향후 보다 효율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국산 농기계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 차원의 연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해도 필요하다.

앞으로도 농가와 산업체 등 현장의 수요를 조사해 개발할 농기계를 선정하고, 개발한 농기계의 현장 연전시를 활성화해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또한 이미 보급한 농기계도 수시로 만족도를 조사해 성능 향상에 반영해 나갈 것이다. 밭농업 기계화 촉진을 위한 경지정리사업 확대, 농기계관련 시범사업과 임대사업 등 정부 정책과 연계해 이른 시일 내에 밭농업기계화율을 높여나갈 것이다.

세계시장이 개방되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밭농업 기계화율 향상을 통한 농업인 소득 향상과 우리 농업의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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