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시니어플래너 조연미 씨

정보는 풍부하게 제공하되 자기주도적 인생설계 지향

세대 소통 공간으로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 마련

내년부터 시니어들을 위한 국가정책 시작…활성화 기대

 

의학 발전과 좋은 영양 섭취 환경, 방역 시스템의 선진화는 사람의 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 ‘100세 시대’는 이제 흔한 말이 됐고 누구나 100세 혹은 그 이상을 꿈꾼다. 문제는 어떻게 100년을 살 것 인가다. 하지만 부모 세대가 해왔던 구시대적 계획으로는 퇴직 후 긴 시간을 지겹게 때우기만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인생 1막을 마친 후 우리는 새로운 2막을 준비해야 한다. 본지는 인생 2막을 설계하고 고령사회를 디자인 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1호 시니어 플래너, (주)리봄의 조연미(52) 대표를 만나고 왔다.

 

“메일 하나만 보내고 인터뷰 시작할게요”

조연미 대표의 첫 인상은 붉은색이었다.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고 긍정의 기운이 감돌았다. 바빠 보였고 조금은 신이 나 보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느껴지는 편안함, 유쾌함, 그리고 친근함이 있었다. 당시는 8000명의 회원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내던 중이었다.

▲ (주)리봄 조연미 대표는 시니어들의 2막 인생을 설계하는 국내 1호 시니어 플래너다.

“삶을 ‘플랜(plan)’하는 게 교육의 시작”

시니어(senior) 플래너는 사실 익숙한 직업은 아니다. 시니어 플래너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100세 시대를 대비해 시니어가 일과 삶을 주도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이끄는 사람이다. 획일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와는 구별된다.

“자기 삶이 플랜되지 않고는 남의 삶을 플랜할 수 없어요. 교육생에게 유리한 국가 지원 정책을 알려주고 교육생끼리 자기 이야기를 하는 기회를 만들어요, 새로운 정보를 통해 삶을 설계하게 하죠.”

시니어 플래너 교육과정에서는 독서도 중요하다. 주로 남녀차이, 가족, 사회, 국가에 대한 책을 읽게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는 개인설계를 할 수 없다는 것.

“교육생들은 남녀차이 수업 이후에 ‘진짜’ 관찰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자기 시각에서만 이성을 바라봤기 때문에 오해할 수밖에 없고 제대로 소통이 될 수 없었죠.”

조 대표는 교육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정보 응용능력을 길러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 수 있게 돕는 조력자였다.

그밖에 마케팅이나 사업계획서 작성 같은 창업에 필요한 과목과 SNS 활용 방법 등을 교육함으로써 실전에 쓰일 수 있는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세대 소통 학습장…30대 초반부터 80대까지 참여

조 대표는 지난해에만 160명을 교육시켰다. 시니어뿐만 아니라 30대 초반부터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다. 이 공간 자체가 세대 소통 공간이며 다름을 인정하는 능력을 기르는 학습장이었다.

“또래를 벗어나니 대화 소재가 다양해질 수밖에요. 부동산 중개업 하는 분들도 많이 오는데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다고 해요.”

시니어 플래너 수업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시대 트렌드를 제공해 교육생이 시대 변화에 맞춰 인생 설계를 할 수 있게 한다. 상품을 팔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적용시킬 수 있다.

독립적으로 교육생이 ‘시니어 플래너 지도사 자격증’ 만들기도…

시니어 플래너 교육 수료생은 다방면에서 활동한다.

“대기업 다니시는 한 교육생은 퇴직교육 과정을 만들어서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구요. 내년부터 ‘전직지원’이라는 퇴직자를 위한 국가 지원이 마련되고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 ‘50플러스 캠퍼스’까지, 여기에 투입될 인력을 육성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에는 ‘시니어커리어컨설턴트자격증’과 ’시니어 부동산 플래너‘ 양성과정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시니어 부동산 플래너 과정은 시니어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목적을 둔다. 공인중개사 종사자와 창업 안내 직종 인력이 수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조 대표의 교육생이 독립적으로 ‘시니어 플래너 지도사 자격증’을 만들 정도로 한 번 교육을 받은 이는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몸담으려 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 시니어 플래너 시장을 키우기 위해 국회의원 ‘명예 시니어 플래너’를 만들 계획이다.

1인 매체․국가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길이 보인다”

조 대표의 시니어 사업은 1인 매체를 적극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리봄의 미디어 기관인 시니어통에서 인터넷 뉴스레터를 발행, 양질의 콘텐츠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커뮤니티로 1인 방송까지 한다.

“앞으로 이 시스템을 다른 시니어가 활용할 수 있게 교육할 예정이에요. 판을 키우려는 게 목적이지 권리를 독점하려는 게 아니거든요.”

조 대표는 앞으로 (주)리봄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 국가 지원으로 시니어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으로 진출도 구상 중이다.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정책과 방향을 같이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국가 정책을 잘 활용하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요.”

농촌여성에게도 시니어 플래너가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장점을 배워야 잘 살 수 있는 시대에요. 특히, 여성은 남성의 목적지향적 특징과 조직력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 대표는 교육을 하다보면 남녀가 섞인 그룹의 결과물이 좋다고 했다. 남성이 목표를 잡고 여성이 기반을 마련하는 등 함께 장점을 조화시켜야 원하는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 대표는 한국 여성의 전통적인 의식 기반도 지적하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습적으로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을 앞세우려는 경향이 있어요. 본인 값을 스스로 매기지 않는 것이죠.”

결국, 시니어 플래너는 나를 주체로 놓고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농촌여성 혹은 한국 여성에게 필요한 교육이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인터뷰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진행됐다. 조 대표는 인터뷰 이후에도 ‘시니어교육플래너’ 협동조합 창립총회 일정이 잡혀 있었다. 청년과 시니어가 힘을 합쳐 100세 시대를 만들기 위해 모이는 자리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목표라는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밝고 힘찬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런 열정이라면 그가 꿈꾸는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선전하는 시니어 플래너 조연미 대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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