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잔실(28)

동물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동식물이 만든
양분을 고루 먹어야 한다

식물이 살아가고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꼭 필요한 성분을 ‘필수원소’라고 하며 17가지 성분이 있다. 그럼 사람은 필수성분이 몇 가지나 될까?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다 세기도 힘들다. 무기성분(미네랄)은 식물이 필요한 17가지 말고도 8성분이 더 필요하다. 그럼 25가지 성분만 있으면 살 수 있을까? 아니다. 이것 말고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필요하고 단백질 안에서도 필수아미노산, 지방 안에서도 필수지방산이 따로 정해져 있다. 게다가 비타민도 있다.

식물의 17가지 필수원소는 두 가지로 나눈다. 1㏊에 10㎏이상 필요한 성분을 ‘다량원소’, 그 이하의 양으로 필요한 성분을 ‘미량원소’라 한다. 다량원소로는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 인(P),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그리고 황(S) 등 9종이다. 이중에 탄소, 수소, 산소 3종은 물과 공기로부터 공급되며, 나머지 6종은 비료로 공급해 줘야 한다. ‘미량원소’는 철(Fe), 망간(Mn), 구리(Cu), 아연(Zn), 몰리브덴(Mo), 붕소(B), 염소(Cl), 그리고 니켈(Ni) 등 8종이다. 그러니까 비료로 주어야 하는 성분은 14가지다.

식물은 14가지 미네랄만 주면 제가 필요로 하는 모든 양분을 광합성으로 만들어 산다. 밖에서 만들어진 양분을 먹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왜 인간은 셀 수 없을 만큼의 필수양분을 먹어야 할까?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자신이 양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나 동물이 만들어놓은 양분을 골고루 모두 먹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식물이 동물보다 더 지혜롭게 사는 것 같다. 어쨌거나 식물이 필요한 성분 14가지는 저마다 각각의 독특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이 기능을 알고 있으면 농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4가지 성분은 모두 광합성을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광합성을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질소는 엽록소의 필수성분이다. 질소가 없으면 엽록소가 못 만들어져 누렇게 뜬다.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칼슘이 공기에서 세포 안으로 날라다 주면, 마그네슘은 이것을 엽록소에 공급해준다. 인산은 광합성 속도를 빠르게 해서 당을 잘 만들게 한다. 칼륨은 물을 잘 공급하게 하고, 망간, 염소, 철, 구리, 황 등은 햇빛의 수광률을 높여 광합성 속도를 높인다.

한편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포도당을 빨리 다른 물질, 즉 다당류나 아미노산 등으로 변환시켜주면 계속 광합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붕소는 뿌리나 새 잎으로 당을 이동시켜주는 트럭 역할을 하고, 질소, 몰리브덴, 아연 등은 단백질을 만들어 당 농도를 낮춰준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비료를 줘야 14성분을 잘 공급해서 광합성을 최대화시킬 수 있을까?
<도움말=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김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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