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창업열전-경기도 연천군 여성창업 ‘한희순발효갤러리’ 한희순 대표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것처럼 발효 식초를 남기고 싶다는 한희순 대표가 곡물식초를 들고 사진촬영에 응했다.

사람들은 ‘갤러리’하면 으레 액자에 걸린 회화나 사진, 설치 미술 등을 떠올린다. ‘발효 음식’이 전시된 갤러리가 있다면 어떨까?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에는 특별한 갤러리가 있다. 한 병의 발효식초가 갤러리에 진열되기까지 ‘한희순발효갤러리'의 한희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머니는 제가 6살 때 처음으로 장 담그는 걸 가르쳐주셨어요” 고사리 손을 지닌 딸에게 어려서부터 음식을 가르쳤던 어머니 덕분에 한희순 대표는 운명처럼 요리의 길을 걷게 됐다. 서울에서 출장요리사로 일하며 다양한 요리를 섭렵했던 한 대표는 9년 전 연천군으로 귀농했다.

“음식을 하다 보니 ‘천연조미료’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조미료 중에서도 ‘식초’에 흥미를 갖게 된 한 대표는 귀농 후 9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식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희순 발효갤러리'의 시작은 연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한 강소농 교육 덕분이었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강소농 교육을 통해 발효 식초에 대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사업이라고 하면 규모가 클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우수사업장 탐방을 통해 작은 규모로도 탄탄히 꾸려가는 사례를 봤어요. 작게 시작할 수 있다면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이후 농업인 소규모창업 기술시범사업의 지원을 받게 돼 작년 11월 ‘한희순 발효갤러리’의 문을 열었다.

“식초는 온도 유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관리가 까다롭지요.” 온도 확인을 위해 새벽 2시에도 수시로 가공장을 들러야한다는 한 대표는 정성을 기울이고 고생한 만큼 깊이 있고 좋은 음식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쉽고 빠른 것에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오랜 정성과 시간이 가지는 깊이를 지닐 수는 없죠”

한 대표가 만드는 발효 식초는 최소 1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시중에 파는 화학 식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묘한 산미는 숙성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

▲ 한희순 발표 갤러리의 제품들

이름 석 자 내건 책임감․ 자부심 담은 발효식초
무농약 지역농산물 사용…복분자․아로니아 직접 재배

“식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술 빚는 게 제일 중요해요. 술이 익는 알콜 발효를 거치고 초산 발효 시킨 후 다시 2차 숙성을 시켜야 되죠”

식초의 원재료는 연천 산 무농약 농산물을 사용한다. “곡물 식초의 경우 연천 남계리에서 무농약 농사를 하시는 분께 백진주, 흑진주 벼품종을 구입해 담그고 있어요. 과즙 식초나 과일청에 들어가는 복분자나 오디, 아로니아는 직접 재배하고요”

향후 과실 분야는 기술이전을 통해 음료로도 가공할 계획이다. 한희순 발효 갤러리는 발효 식초와 장류 외에 예약제로 운영하는 ‘새초롬밥상’도 하고 있다. 돌솥밥과 계절 장아찌, 연천콩으로 만든 손두부 등 직접 키운 재료들도 만든 한상 차림이다.

“정성껏 차린 새초롬밥상을 통해 발효 식초를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족들의 따뜻한 응원과 농업기술센터의 지원 덕분에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한 대표는 간절한 마음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뭔가 새로 배우기엔 제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죠. 하지만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혼신을 기울여 만들고 있어요”

사업장을 짓고, 기계를 사들이는 일, 식초를 담그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다.

“사실 지금은 더 좋은 제품과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준비하는 단계예요. 열심히 발로 뛰고 노력해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 지 기대가 되요”

한 대표는 향후 연천을 대표하는 전통주 개발과 노인분들을 위한 복지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듯, 정성껏 준비하며 내딛는 발효 갤러리의 다음 행보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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