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27)

60가지의 원소를
갖고 있는 재는
좋은 미량원소비료

토양을 개량할 때 숯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간장을 담을 때 숯을 띄우거나, 닭이 설사할 때 숯을 갈아 먹이면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의 주장이다. 숯은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서 숯이 흙 속의 해로운 균을 죽이고 이로운 균을 많게 해 깨끗이 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숯으로 산성토양을 중성이나 알칼리로 교정을 할 수 없다. 숯은 제 무게의 90%가 탄소(C)이고, 수분이 7% 들어 있다. 나머지 3%는 재(회분)이다. 한편 재는 알칼리성이라는 믿음도 있다. 사실 맞는 말이다. 나뭇재는 숯과 달라서 pH8 정도의 알칼리성이다. 옛날 양잿물이 귀했을 때는 곧잘 재에 물을 내린 ‘잿물’로 묵은 때를 빨래했다. 재속에는 알칼리성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들어 있다. 때문에 아주 많이 뿌리면 산도를 개량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서 몇 톤의 재를 구해서 뿌릴 수 있겠는가.

산성토양의 개량은 칼슘(Ca)이 주성분인 석회비료만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퇴비와 같은 유기물로도 산성토양을 개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틀린 말이다. 산성토양의 주범은 수소이온이며 이것을 중화시켜서 중성으로 만드는 작용은 칼슘만 할 수 있다. 물론 칼슘이 들어 있는 규산질비료로도 할 수 있다.

그럼 왜 옛 어른들은 감자나 고구마를 심을 때 유난 맞게 재를 뿌리거나 버무려 심으셨을까? 거기에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녹아 있다. 감자를 놓을 때 눈을 붙여서 몇 조각으로 자른다. 이때 감자의 상처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린 면에 병균이 붙어서 썩을 수 있다. 그때 알칼리성인 재로 소독해주면 썩지 않는다. 마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돌 때 동내 어구에 석회를 뿌려주는 것과 같다. 어떤 이는 석회가 열이 나서 병원균을 죽인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다. 강알칼리가 닿으면 붙어 있던 병균이 다 죽어버린다.

실제로 재의 주성분은 칼륨(K)이다. 칼륨은 잎에서 생산한 탄수화물의 이동과 저장에 화물차 같은 역할을 한다. 고구마와 같이 엄청나게 탄수화물을 생산해 많이 저장하는 작물에게 칼륨이 부족하면 수량이 떨어진다. 그래서 칼리비료를 다른 작물보다 10a당 4~5kg 더 준다. 더구나 흙속에 유기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옛날은 미량원소의 잠재적인 부족도 있었을 것이다. 이때 60가지의 원소를 갖고 있는 재는 좋은 미량원소비료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재는 지금도 밭에 주면 좋은 천연비료이지만 산성을 개량하는 데는 석회만 못하다. 화초를 좋아하고 잘 기르고 싶은 사람은 화분에 재 한 줌씩 놓아두면 산도도 개량해주고 미네랄도 공급해줘 화초가 아름답게 큰다. 물론 요즘 같은 때에 비료를 엷게 타주면 더욱 아름답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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