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26)

비탈밭에 녹비 재배하면
흙의 유실․잡초․가뭄 막고
당도도 높인다

농사가 얼마나 힘든가? 하늘을 바라봐야 하며, 잡초와의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병해충과의 싸움은 또 얼마나 힘든가. 더구나 상업농은 까다로운 소비자의 혀에 맞춰 때깔과 당도를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두루 커버하는 농법은 없을까?

왜 없을까. 요점부터 말하자면 ‘유기물’의 다비(많이 주는 것)다. 유기물은 무기물의 반대로 썩거나 타는 것을 말한다. 볏짚과 퇴비와 같이 농산물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좋은 유기물이다. 유기물에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이 안 들었다면 뭐든 좋다. 어떤 이는 가축분은 항생제가 들었다고, 또 어떤 이는 GMO(유전자변형물질)이 들어있다고 겁을 낸다.

먼저도 말했지만 유기물이 발효돼 퇴비로 되면 이런 물질들은 흔적도 없이 분해돼 사라진다. 그 재료가 뭐든 푹 발효만 되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유기물의 역할은 정말 다양하다. 양분을 저장하는 능력(양이온교환용량)이 우리나라 흙의 25배나 크다. 말하자면 빗물을 받아두는 물통이 흙이라면 1ℓ에 그치지만 유기물은 25ℓ를 저장할 수 있다. 저장용량이 크니까 비료를 웬만큼 많이 줬어도 염류장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모르고 비료를 너무 많이 줬다 해도 발효가 잘 된 퇴비를 주면 사라진다. 산성 물질을 가해도, 염기성 물질을 가해도 쉽게 흙이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변하지 않는다.

유기물이 많으면 많이 있을수록 흙은 비중이 가볍게 되고 부드러워진다. 엉성한 흙이 된다. 엉성한 흙 사이로 물과 공기가 잘 들어가고 많이 저장된다. 뿌리가 뻗을 때 힘(에너지)이 들지 않아서 좋다. 물과 공기가 충분하니까 신나게 뻗는다. 뿌리가 신나게 뻗으니까 줄기도 신나게 자란다. 줄기가 신나게 뻗으니까 잎이 신나게 달린다. 잎은 생산 공장이라 신나게 광합성을 해서 곡식과 과실에 준다. 곡식과 과실은 신나게 달리고 커진다.

비료를 막 바로 흙에 주면 손실이 많지만 유기물에 버무려 주거나 유기물과 함께 주면 손실이 현저히 적어진다. 질소와 인산이 그런 비료다. 유기물을 10a당 1.5톤 이상 주면 미량요소는 신경 안 써도 된다. 유기물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물은 많이 있을수록, 깊이 있을수록 더욱 좋다. 지하 10㎝보다는 20㎝에, 20㎝보다는 30㎝에... 그런데 많이 주는 것도 어려운데, 깊이 주는 것은 더 어렵다. 가장 쉽고 가장 깊이 유기물을 흙속에 넣어주는 방법은? 그렇다. 녹비를 재배다. 10a당 10㎏의 종자로 퇴비 3톤 이상을 넣을 수 있다. 그것도 30㎝ 깊이, 호밀을 심으면 1m깊이까지도 유기물을 넣을 수 있다. 흙속에 무수한 유기물관을 만들어서 말이다. 이렇게 녹비를 재배하면 흙의 유실도 막고, 잡초도 막고, 가뭄도 막고, 당도도 높인다. 특히 고랭지와 같은 비탈밭에서는 녹비재배보다 더 좋은 ‘안심 농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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