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촌은 아직 해갈이 되지 않은
가뭄피해, 메르스 여파,
농산물 소비침체 등으로
사면초가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
아니라 근본대책이 절실하다."

한 해 중에서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도 지났다. 하지에는 양의 기운이 천지간에 가득 찬다. 양이 극에 달해 반전이 일어났는지, 메르스(MERS)라는 이름의 낯선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도시고 농촌이고 그 충격이 크다.

농산물 판매위축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메르스 여파다. 일부 농가가 격리 조치돼 일손이 없어 제때 농산물 수확을 못할 정도다. 거기에  반년 넘게 지속된 가뭄피해마저 심한 농촌에 장마전선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해갈에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논밭의 작물이 타들어 가면 농사꾼은 땅을 친다. 농가의 걱정을 덜어주고 농업피해가 확산되지 않게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복분자, 블루베리 주산단지 농가는 본격적인 수확철이지만 메르스 격리지역이라는 이유로 일손을 구하기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학생 농활이나 기업체나 단체의 일손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지역에서는 마침 격리자들에게 쌀, 생수, 반찬류, 카레 등 식자재 지원에 나선 적십자봉사원들이 ‘수확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일손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적십자사와 사회협력차원에서 국민은행 임직원의 성금 1천만 원이 지원돼 수확한 블루베리를 구입, 관내 의료진에게 전달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이 국민의 희망이기에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사명감을 가지고 예방과 치료에 힘쓰는 의료인은 모두 숭고하다.

농산물을 제 때에 수확만 하고 쌓아놓을 수만 없는 일, 판매까지 해준 일거양득의 농가돕기다. 일손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격리마을 일손돕기에 공무원들도 나서는가 하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해 농산물도 구입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농가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부실한 초기대응이 메르스를 키웠고, 의료기관의 취약한 감염통제가 이를 전국으로 퍼뜨렸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큰 것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내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학계에 따르면 빨간고추, 키위, 브로콜리, 오렌지 등 비타민C 식품이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김치, 요구르트, 된장 등 발효식품도 좋다.

특히 김치에는 숙성 시 생기는 유산균뿐만 아니라 살균작용을 하는 고추, 마늘, 양파, 생강도 들어 있어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인체 면역력의 70%는 장에서 비롯된다. 홍삼, 인삼, 콩 등도 항산화효과가 있어 면역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 특히 표고버섯에는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최전방 수비군이라 불리는 대식세포(大食細胞)를 활성화하는 성분함량이 높다. 면역이란 몸 안에 존재하는 자연치유력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암세포와 같은 돌연변이 세포를 죽이는 인체방위군이다. ‘식보(食補)가 약보(藥補)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치료제가 없는 메르스에 유용한 농식품이 바로 약이다. 이를 생산하는 농가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농촌은 아직도 해갈이 해소되지 않은 가뭄피해, 메르스 여파, 농산물 소비침체 등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 아니라 근본대책이 절실하다.

농촌체험관광을 통해 소득을 올리던 농가도 메르스 여파로 찾는 이들이 없어 농가 가계 주름살이 늘고 있다. 하루빨리 진정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대책도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보(洑)의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심한 가뭄이 닥칠 수 있다는 학계의 의견이다. 가뭄이 들면 양수기를 보급하고 관정을 개발하는 식의 단기대책으로는 이 위기를 넘길 수 없다. 사면초가의 농가경제를 살릴 근본대책을 내놓아야할 때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