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역사문화기행 ③터키·그리스 역사문화기행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카파도키아의 전경(열기구 투어).

세계 최대 규모 혈거(穴居) 주택, 세계문화유산 지정
360여 개 동굴성당과 수도원, 비잔틴 문화의 진수
세월의 풍화가 빚은 바위군락, 자연의 위대한 비경

신은 존재하는가?
데린쿠유 지하도시의 아픔

카파도키아 지역은 예부터 동양과 서양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였다. 괴레메와 카파도키아는 같은 지역을 말한다. 옛날 카파도키아 왕국이 있어 불러진 이름이라 한다.
이 지역에는 모두 36개의 지하도시가 있는데 데린쿠유가 가장 깊고 크다고 한다.
BC 1200년경부터 주민들은 외부의 침략을 막기 위해 굴을 파기 시작했고 7~8세기에는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지하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 파사바 계곡의 버섯바위 군락들.

지하 내부에는 마구간, 방앗간, 창고, 공동 우물, 식당, 교회, 와인 저장고 등이 있었다. 환기시설이 잘 돼 있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을 때도 연기가 흔적  없이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비상시 외부와 차단하는 큰 맷돌로 된 돌문도 이색적이다.
기독교인들은 로마제국의 박해에 시달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슬람교의 박해를 피해 지하로 숨어들었다. 온갖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인간의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만약 하느님이 있었다면 왜 그들을 보호하지 않았을까 궁금증을 더해 준다.

자연의 힘과 신의 손길이 닿은
카파도키아 비경

카파도키아는 막막한 들판 위에 솟아오른 기암괴석이 끝없이 이어진다.
영화 스타워즈와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배경이 된 파사바 계곡의 버섯바위와 비둘기바위는 요정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카파도키아는 동서 문화의 중간거점지로 대상(隊商)들의 교역지로 크게 번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화산이 폭발해 잿빛 응회암이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특이한 바위군락(群落)을 만들어 놓았다. 바위는 사람의 힘으로 쉽게 팔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 피신처로서 안성맞춤이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펼쳐진 기암괴석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풍경이다.

▲ 실크로드의 상징 낙타와 비둘기 동굴집.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카파도키아는 이런 기묘한 풍경 외에도 뛰어난 벽화가 있는 360여 개의 동굴성당이나 수도원이 흩어져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자연의 힘과 신이 빚은 정원에 매료된 전 세계의 관광객이 끊임없이 카파도키아로 몰려들고 있다.

▲ 비잔틴시대 카파도키아 동굴성당 외부 모습.

카파도키아  동굴 속의
아름다운 비잔틴 문화

4세기 초부터 로마제국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교인들은 카파도키아 계곡 바위동굴 속에서 신앙생활을 해왔다. 7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이슬람교의 오스만 제국이 들어서면서 그리스도교들의 수는 더욱 늘어났다. 주변의 동굴이나 지하에 미로 같은 지하도시가 건설됐다. 주택과 학교, 식량저장고, 우물, 환기용 굴뚝 등과 함께 묘지까지 조성됐다. 이 동굴성당에는 많은 비잔틴시대의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다.

▲ 심하게 훼손된 동굴성당 내부 벽화들.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지만 주변바위를 이용한 비둘기집처럼 만든 바위주택, 교회, 지하도시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혈거(穴居)주거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계곡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위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 가장 돋보이고 주변에는 ‘어둠의 성당’, ‘사과성당’, ‘샌들성당’ 등 재미있는 이름의 동굴성당들이 즐비하다.
괴레메 계곡에 펼쳐진 자연의 신비와 인간이 빚어놓은 비잔틴 문화가 한데 어울려 또 다른 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바꿔 놓았다.

낯선 곳에서 아침을,
카파도키아 장관에 입 다물고…

카파도키아의 백미는 사파리 지프 투어와 벌룬 투어(열기구 투어)다. 선택 관광이라 비용이 들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사람의 혼을 빼앗아 놓는다.
사파리투어는 오픈된 지프 차를 타고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이한 바위산과 계곡을 흰 먼지를 날리며 트래킹을 하는 것이다.
최고의 비경은 붉은 사암으로 뒤덮인 ‘장미의 계곡’(Rose valley)이다. 마음 같아선 1주일 정도 머물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아쉬움이 더한다. 오솔길 옆을 가득 메운 이름 모를 야생화가 군락을 이룬다. 봄을 맞아 활짝 핀 사과꽃, 아몬드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카파도키아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보기 위해 벌룬(Balloon)투어에 나섰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여명  속에 펼쳐지는 카파도키아의 장관을 한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사고는 없을까? 약간 걱정도 됐지만 열기구가 하늘을 오르자 모두들 숨을 죽인다. 일생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 위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터키의 특식이라 하는 ‘항아리 케밥’ 체험을 한 후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또 다른 터키의 낯선 얼굴을 보기위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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