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24)

▲ 양평군 유기농 김 씨의 하우스. 비료를 전혀 안 준 무시비구(사진 왼쪽)에서는 배추와 무가 빈약하게 자랐고 맛도 없었다. 유기질비료구(오른쪽)는 탐스럽게 컸고 맛도 좋았다.

가짜 유기농산물은 화학분석으로는 잡아내기 어렵다. 물론 농약을 쓴 것은 분석하면 단박에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화학비료를 준 가짜 유기농산물을 분석으로 잡아낼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기물이나 화학비료를 준 것 모두 분해돼 이온(ion)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토양비료학자들은 답답하다. 그래서 10여 년 전 서울대 농생대에서 연구했다. 그 결과 “질소 동위원소로 화학비료나 농약을 안 쓰고 재배한 유기농산물인지 판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기술전문지인 ‘식물과 토양(Plant & Soil)’에 게재됐다. 국내외에 특허 출원됐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아직 실용화는 안 됐다.

한편,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서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과일․채소․곡물 등에 관한 논문 343건을 조사했다. 유기농산물에서는 일반농산물보다 항산화물질인 페놀산 19%, 플라바놀 69%, 스틸벤 29%, 플라본 26%, 플라보놀 50%, 안토시아닌 51% 등이 높았다. 항산화물질은 우리 몸의 노화를 막아주는 유익한 성분이다. 이 방법은 현장에서 매번 분석할 수는 없다. 더구나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답답한 노릇이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친환경농업으로 둘 째 가라면 서러워 할 양평군에서 유기농에 대한 강의와 실습을 지도했다. 양평읍 원덕리의 한 농가가 유기농 채소를 모범적으로 생산한다기에 토양분석을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한 결과, 분석치를 보고 놀랐다. 인산은 203(적정범위 450~550), 칼륨은 0.3(0.7~0.8)으로 겨우 농사 질 정도로 척박한 편이었다. 하우스라 화학비료를 줬다면 적정범위를 훨씬 웃도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전기전도도도 0.55로 적정범위인 2이하를 훨씬 밑도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유기농 농가였다. 몰래 화학비료를 줬다면 질소, 인산, 칼리가 엄청나게 축적돼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양심적인 유기농 김 아무개 씨의 하우스에서 채소 재배실습을 했다. 비료를 전혀 안 준 구에서는 배추와 무가 자람이 나빴지만, 유기질비료를 준 것과 화학비료를 준 구는 아주 잘 자랐다(사진 참조).

이렇게 흙을 분석해 보면 양심적인 유기농은 양분이 낮아서 대체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제안한다. 흙을 분석해서 화학비료를 뿌린 가짜 유기농을 적발한다면 어떨까? 유기농산물은 ‘양심의 농산물’이다. 당장은 구별이 어렵지만 반복해서 소비하다보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소비자는 알아챈다.

양심적으로 유기농을 짓는 농가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은 참 치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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