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 한국보건정책연구원 수석부원장

▲ 안호원 한국보건정책연구원 수석부원장

"국민의 마음을 못 읽는
정부와 정당이 안타깝다.
이러한 불신이 국민을
더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지금 메르스보다 무서운건
민심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1년 전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었는데, 이번에는 뜻하지도 않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가 온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가면서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가 휴교를 하고, 수학여행이 취소되고, 각종 모임과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전국을 뒤덮은 메르스 광풍으로 국민들이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메르스가 아니라도 이미 대한민국은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저성장과 양극화, 남북 긴장까지 겹쳐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00여 명의 확진환자가 판명됐어도 세계가 모르고 조용했다. 그런데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사우디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2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불안해하다 보니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메르스 환자수가 예상을 뒤엎고 더 늘어나면서 치료병원과 의료진의 수용능력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길어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8월 말까지 갈 경우 국내총생산(GDP)손실액은 20조92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메르스가 3개월간 이어지면 격리자 수가 2만 명을 넘고, 감염자는 648명에 달해 우리나라 생산·소비·수출까지 지대한 손실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사태가 장기화되기 전에 3차 유행이라는 ‘큰 불’을 잡아 국민의 불안감부터 가라앉히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에도 초동 대응 실패로 정부가 뭇매를 맞았다. 김치로 사스를 물리친 경험을 바탕으로 메르스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다. 또한 감염자들이 증가하게 된 데는 한국 특유의 병원문화와 관행이 정부의 부실한 초기대응과 맞물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전파됐다. 특히 치료를 위해 환자들이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관행과 가족·친지의 문병문화 역시 2차 감염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됐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해 메르스 확산 양상을 분석한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은 “한국병원의 응급실이 너무 붐볐고 다인병실에서 여러 환자가 함께 있는 것도 메르스 확산요인이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통해 ‘2차 감염’이 확산된 것에 대한 지적이다.

메르스는 얼마 전 유행했던 사스와 사촌간인 바이러스인데, 열이 난 후에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비교적 방역이 용이한 바이러스다. 온 국민들이 두려워하며 공포에 떨고 있는 메르스지만 단지 예방 백신이 없을 뿐이지 치료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세계최고의 수준이다. 따라서 공포에 떨 필요가 없다. 이번에도 드러났듯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나 위험할 뿐이지 정상적인 면역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면역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말이다. 메르스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고 공포에 빠져 두렵게 되면 면역력(백혈구의 힘)은 바닥을 치게 된다. 특히나 미움이나 불신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 상태는 백혈구의 힘을 최악의 상태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그것은 지금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불신풍조와 미움과 시기, 질투와 욕심이다. 마음에 평화를 얻어 면역력을 올리면 메르스는 자연스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인들을 불신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금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민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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