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창업열전-강원도 홍천군 농가맛집 ‘차린정’ 김기순 대표

직접 재배한 콩국물에 국산메밀로 만든 콩국수 단품요리

홍천의 농가맛집 차린정의 김기순 대표는 서울 그것도 강남 한복판 역삼동에서 다도를 비롯해 전통예법과 혼관례를 가르치는 예덕원을 운영했다.
“유치원생부터 강남 주부, 기업체 신입사원과 임직원 교육으로 바쁜 나날을 20년간 보냈죠.”
한복을 일상복으로 즐겨입어 70~80벌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우리 것을 좋아하고 우리 전통문화보전에 대한 사명감도 컸다.

▲ 차린정 약선한정식에는 직접 재배하거나 인근 산에서 캐온 채소와 약초로 만든 기본찬이 나온다.

“워낙 바쁘고 사람에 시달리다 보니 자연이 좋았어요. 서울집 160평에서 약초와 채소를 키웠지만 그것으로는 성에 안찼어요.”
홍천의 비경 중 하나인 공작산 수타사 길목에 6600㎡의 넓직한 부지를 마련해 훌훌 서울을 떠나온 것이 12년 전의 일이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햇볕이 드는 땅이라 맘에 쏙 들었다.
“약초를 많이 심어 그동안 알던 서울의 지인들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었어요. 한옥을 지어 다도도 가르치고요”

이 터전에 마가렛, 찔레, 작약, 백합, 구절초 등 각종 꽃향기를 뿜어내는 정원도 만들며 가꿨지만, 땅 구입시에 미처 생각했던 문제에 부딪쳐 계획이 차일피일 늦어졌다.
속상한 마음도 달랠 겸 홍천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아 음식교육을 받았다.
“우리음식연구회에서 제 재주를 눈여겨보신 선생님의 권유로 농가맛집을 시작했어요. 누군가에게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는 사실이 기쁠 것 같았어요 ”
김기순 대표는 손님 누구에게나 ‘정성을 다하는 예를 갖춘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차와 예을 갖춘 식당이란 뜻의 차린정이란 상호명을 택했다.

차린정은 전통 약선요리를 주메뉴로 한다. 청정 환경의 공작산 인근에서 자란 산야초들을 캐어 잘 말렸다가 음식 재료로 사용한다. 또 차린정의 뜰 안에서도 귀한 식재료들을 키운다.
“알타리, 얼가리배추, 더덕, 콩, 하수오. 고추, 상추, 수박, 고구마, 감자, 옥수, 들깨”라고 일일이 가리키며 김 대표는 텃밭의 채소들을 소개했다. 참깨는 지난해 4말을 넉넉하게 수확해 올해는 건너뛰었다.
대물림으로 이어진 손맛에 전통 약선요리까지 배워 음식에는 자신이 있다는 김기순 대표다.
소중한 먹거리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정성껏 차리겠다는 각오도 만만찮다.
‘빨리빨리’보다는 ‘정성스럽게’를 고집하는 탓에 성격 급한 손님은 음식이 늦는다고 성화일 때도 있다.

“차린정에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음식을 즐기러 오셨으면 좋겠어요.”앞으로 이곳에 다도체험장도 마련하고 천연염색과 한지공예 등 농촌여성들의 다재다능한 솜씨를 가꿀 수 있는 체험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수타사를 지나가다 우연히 차린정이란 푯말을 본 손님들은 차린정이란 이름 때문에 가격이 비싼 한정식집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하루 전 예약하면 가능한  약선요리 6가지의 한정식도 있지만 7천원하는 메밀콩국수 단품도 있어 부담 없는 식사가 가능합니다.”살짝 데친 쑥을 넣은 메밀국수에 직접 재배한 콩에 아몬드와 땅콩, 호두를 넣은 콩국물을 얹은 콩국수는 여름을 위한 별미요리로 선보인다.
“차린정 음식이 홍천 별미로 자리잡아 지역사회에 도움될 수 있게 더 노력하렵니다.”
김기선 대표는 비록 늦더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차린정:홍천군 동면 수타로 252-10 ☎033-43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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