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⑮제주댕유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생과육 먹는 온주밀감 수입 후 수요 줄어

재래 자원 보존을 위한 정도만 겨우 존재

감기 예방·치료 목적으로 당절임 차로 섭취

◆제주댕유지

‘씹으면 매우 향기가 강하고 또 자극성이 많다. 먹지는 못해도 약으로는 효력이 가장 많으니 아마도 그 품의를 높이 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듯 싶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7에 실린 ‘댕유지’에 대한 기록이다. ‘댕유지’는 제주사투리로, 표준어로는 ‘당유자(唐柚子)’라고 표기한다. 한자어 ‘당’이 제주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모음역행동화로 인해 ‘댕’으로 발음하고, ‘유자’는 제주도에서 ‘유지’로 불린다. 댕유지나무는 상록 활엽수로 높이는 6m정도로 수세는 강하고 줄기에 가시가 있다. 잎은 길이 10~13cm, 폭 5cm, 열매는 계란형으로 종경(세로지름) 10~12cm, 횡경(가로지름) 9~10cm이다. 열매의 무게는 300~500g, 껍질 두께는 9mm 정도이다. 12월이 되면 진한 황색으로 익으며, 당도는 9~10°Bx 정도다. 주로 과육을 먹지만 껍질도 먹었다. 과육의 맛은 아주 시다. 껍질은 약간 씁쓸한 맛이 나는데 말리거나 달여 먹었다.

◆제주댕유지의 역사

제주도 자생종일 수도 있으나 ‘유자’라는 한자어를 미루어 볼 때 오래 전 중국에서 들어와 제주도에 적응한 귀화종으로 보인다. 조선 영조 즉위년인 1724년 12월 23일자 승정원일기에 신위(神位)에 올릴 당유자의 봉진을 거른 제주목사 신유익을 엄하게 추고할 것을 청하는 예조의 계가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면 댕유지가 제주도로 들어 온 것은 1724년 이전으로 보인다.

◆제주댕유지를 활용한 요리

댕유지는 주로 차를 이용해 먹었다. 댕유지 껍질에는 특유의 쓴맛이 있어 생과로 먹기보다는감기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당에 절인 것을 달여 차로 마셨다.

‘댕유지꿀탕’이라는 감기 치료 목적의 탕도 있다. 추운 겨울 당유자의 윗부분을 잘라 안을 파고 속을 으깨 꿀과 생강을 함께 넣는다. 자른 뚜껑을 덮고 화롯불 잿속에 묻어 안에 생긴 즙을 감기 치료제로 먹었다. 꿀과 생강을 안 넣고 그대로 먹기도 했는데 이렇게 먹을 경우 굉장히 신맛이 난다.

◆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생과육을 먹는 온주 밀감이 1911년 일본에서 들어오고 1960년대 이후 온주밀감 중심으로 감귤 재배가 시작됐다. 일본에서 들어온 또 다른 품종인 와세 밀감도 1980년대에 재배량이 늘어나며 서귀포 주변에서 감귤 산업화가 진행됐다. 더욱이 농산물 시장에서는 생과육을 즐기는 다양한 과일 판매가 늘면서 댕유지를 포함한 기존 제주재래감귤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또한 값싼 의약품이 보급되며 전통적으로 집안에서 감기 치료와 예방용으로 차로써 끓여먹던 먹던 댕유지의 수요도 줄어들었다.

현재 제주 댕유지는 재래 자원 보존을 위한 정도를 겨우 가지고 있다.

◆제주댕유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댕유지는 과거에 제주도 남제주군 서귀포읍 지역에서 주로 재배됐다. 지금은 대부분 없어져 100년 이상된 나무 24그루는 행정기관에서 보호수로 관리하고 그 외 일부 농가에서 1~2그루씩 가정 소비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서홍동 마을회에서 백년의 감귤마을 사업으로 2011년 당유자 200본을 접목해 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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