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㉒ 유명인사들이 사랑한 와인(2)
아름다움과 인기의 상징 ‘파이퍼하이직’
유명인사가 사랑한 와인이야기는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역시 당대 최고의 스타가 즐겼던 와인이 아닐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과 함께 호사롭고 방탕한 생활의 대명사로 우리에게 알려진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오명 속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사실상 그녀는 당대 최고의 섹시스타이자 파티주최자였고 패션과 유행을 선도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녀는 늘 ‘파이퍼하이직(Piper-Heidsieck·사진)’ 샴페인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고 하는데 샴페인잔 중에 쿠페(Coupe)라는 잔은 그녀의 실제 가슴을 본떠서 만든 것이었다고 한다. 상상해보면 유행처럼 전 유럽의 왕실 연회마다 쿠페글라스에 담겨졌을 파이퍼하이직 샴페인과 그 화려하고 짜릿한 거품은 아무래도 그녀의 삶과 닮은 듯하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파이퍼하이직으로 잠을 청했다면,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파이퍼하이직으로 아침을 시작했던 배우다. 그만큼 파이퍼하이직에 열광했던 그녀는 샴페인 350병을 담은 욕조에서 목욕을 했다니.... 마리는 38세에 혁명의 희생양으로, 먼로는 37세의 약물과용으로 죽음을 맞았지만 당대 최고의 스타가 즐겼던 샴페인 파이퍼하이직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아름다움과 인기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처칠 수상이 사랑한 ‘폴로저’
윈스턴 처칠은 젊은 나이였던 1908년 우연히 폴로저(Pol Roger) 샴페인를 접한이후 이때부터 평생 이 샴페인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점심과 저녁 매일 두 병씩 샴페인 즐겼다는데, 특히 1928년산 폴로저에 푹 빠져 아예 평생 마실 폴로저 샴페인을 주문했다고 한다. 자신이 소유한 경주마의 이름까지 폴로저라고 지었다고 하니 그의 폴로저 사랑이 얼마만큼 극진했을지 짐작이 간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다고 했던가. 폴로저 측의 처칠 사랑 또한 대단했던 모양이다. 처칠을 위해 그의 음주량에 맞는 샴페인 병을 따로 제작하고 그를 위해 2만병의 와인을 따로 보관하기도 했다. 1965년 처칠이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샴페인의 병목에 검은 리본을 달아 그를 애도했고, 사망 10년 후 폴로저에서 생산하는 최고의 샴페인에 '폴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Pol Roger Cuve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이름을 붙여 처칠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런 스토리에 힘입어 ‘젠틀멘의 샴페인’이라고 알려진 폴로저는 2004년부터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공식 샴페인 공급처로 선정되었고 수많은 인사들이 아끼는 샴페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내 입맛은 아주 단순하다. 나는 최고에 쉽게 만족한다.” 처칠의 폴로저에 대한 평가다.
히딩크 감독의 ‘샤또딸보’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즐겨 마셨던 프랑스 와인 ‘샤또 딸보(Chateau Talbot)’는 국가대표팀의 승전보와 함께 우리에게 ‘히딩크 와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르도 지역의 4등급 그랑 크뤼인 이 와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고급와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10만원 대의 그닥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팔리는 이유는 기억하기 쉬운 이름과 더불어 통쾌했던 골 장면에 뒤에 이어지던 히딩크 감독의 멋진 어퍼컷 세리모니 때문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