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규홍 농촌진흥청 생산자동화기계과장

농작업 기계화․자동화로 여성의 농작업 시간과 노동 강도 줄여줘야…

농촌 일손이 부족해짐에 따라 여성들의 농작업 참여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농작업 시간은 벼농사와 밭농사전체를 고려했을 때 남성의 87% 수준이지만, 밭농사에서는 여성이 연간 437시간으로 남성의 403시간보다 더 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도 기계화가 미흡한 노지채소, 화훼와 특용작물에서 전체 작업시간의 72% 이상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과 안전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소, 과일, 잡곡의 소비가 크게 늘었고, 더욱이 밭작물의 소득이 쌀보다 높기 때문에 재배면적도 약간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농업인의 작업 시간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대통령과 농어업인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여성농업인 대표는 농촌여성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의 중요성을 건의했고, 대통령도 여성들이 농기계 사용 등에 애로가 있는 만큼, 여성친화적인 농기계 개발이 필요하다고 공감한 바 있다.

그동안 농업의 기계화가 급했던 터라 작업 성능이 높은 농기계 위주로 개발해 왔다.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의 진출이 크게 확대됐고, 농업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농작업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여성농업인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서 농기계 개발 개념을 성능 위주에서 성능과 편의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농작업을 최대한 기계화자동화해 한다. 여성 참여율이 높은 밭작물의 파종, 정식 및 수확 기계가 우선 개발돼야 한다. 기계로 작업하면 농작업 시간을 수배에서 수십 배까지 줄일 수 있다. 특히 여성과 고령인이 다루기 쉽도록 작고 가볍고 자동화된 농기계여야 한다.

둘째, 여성농업인의 노동 강도를 줄여줘야 한다. 과일과 고추 수확과 같이 당장 기계화가 곤란한 경우에는 힘을 덜 들이고 편안한 자세로 작업할 수 있는 편이장비나 보조기구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장시간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할 때 쾌적하고 안전하게 작업이 가능하도록 방제복 등 보호장비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

셋째, 농기계․기구와 작업방법에 인체공학적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신소재를 도입해 농기계의 무게를 줄이고, 조작레버의 조작력도 줄이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작업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재배방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기계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자동차에 남성여성 구분이 없듯이, 남성용 농기계와 여성용 농기계로 구분돼 있지 않다. 트랙터, 콤바인은 각종 자동제어장치가 설치돼 있어 약간의 교육만 받으면, 경운기와 관리기보다 운전하기 더 쉽다.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 중인 교육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농기계 운전과 안전수칙을 이수하고, 농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시간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과 농기계 교육훈련을 확대해 왔다. 채소정식기, 양파정식기, 잡곡파종기, 참깨예취기, 분화류 자동 이식시스템 등 소형 농기계와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한 고령자 보행지지와 운반기능을 가진 운반수레, 전동식 전지가위와 손잡이 회전가위, 농약방제복 등을 개발․보급해 농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산업체에서도 여성들의 트랙터 이용이 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여성 신체조건을 고려한 좌석 조정, 부드러운 조작장치 등을 장착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여성친화형 농기계는 단지 여성만을 위한 농기계는 아니다. 여성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개발된 농기계는 여성은 물론, 노약자, 남성 모두에게 편의성과 효율성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다. 여성친화형 농기계야말로 기계와 IT, 신소재, 인간공학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한 농기계이다.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을 통해 농촌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산 농기계의 경쟁력과 농기계 산업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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