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다.

‘도서관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우리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농촌이 너무 빠른 속도로 늙어 간다. 유엔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인구가 20%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은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인인구 폭발로 농촌사회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식생활과 의료기술 발달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늘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수명시계가 과거 30년쯤 일하고 적당한 노후생활을 하던 때와는 달리 20~30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고령사회가 아니라 장수사회다. 초고령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나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부양할 노인이 아니라 생산인구로 봐야 한다. 단순히 소일거리나 자원봉사 같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쪽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나마 농사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농촌의 장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과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고령자는 어르신’이라는 고정관념을 이젠 버려야 할 시점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의 감소를 고령자 활용에서 해법을 찾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나이든다는 게 잘못해서 받는 벌이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최근 발표됐다. 연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이하인 가구 비율을 표시하는 수치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논하는 우리가 아닌가. 노인복지제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절실함을 말해 주는 지표다.

현재의 노인층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일군 세대다. 대학이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교육은 경제발전을 위한 인적 자원을 길러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환경을 가꿔주므로 더욱 중요했다. 이들이 장성해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줬다. 그러다보니 노후대비는 뒷전이었다. 일본의 고령화는 상당 수준의 부의 축적을 이룬 상태에서 진행됐지만 우리나라 농촌노인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녀들의 무관심과 노인복지의 미비로 노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제 노인복지는 개인이나 가정의 범주를 넘어 국가적인 책무가 됐다.

노인 스스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적절한 노동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만든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다양한 경험은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할 정도가 아닌가.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다. 지혜와 경험이 축적된 ‘도서관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평균수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활동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남의 의지에 사는 객체적인 삶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되는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게 필요하다. 멋진 ‘인생부가가치’ 창출은 어려워도 뭔가 추구하고 노력하는 삶은 중요하다. 그런 삶은 아름답다.

예전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해 소비나 하거나 돌봄을 받았으나 요즘에는 생산 활동을 하는 제3의 인생을 산다.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긴 딱 좋은 나인데’ 라는 유행가요를 노인들이 자주 읊조리게 되는 이유다. OECD도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은 하루빨리 고령사회에 대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농촌노인들의 생산적 복지를 적절히 뒷받침해 줘야 한다. 노인들이 수확기처럼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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