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아버지의 시말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때려치우고 싶은 회사도 가족을 생각하면 그만 둘 수가 없다. 묵묵히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늘어나는 건 한숨과 흰 머리. 어느덧 노년을 바라보는 아버지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이응수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시말서’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한 아버지의 삶을 통해 우리 시대 아버지의 애환을 그려냈다.

녹록치 않은 주민들과의 하루하루 속에 조금씩 닳고 낡아가는 아버지, 한 집의 가장 그리고 한 남자.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한 아버지의 삶을 통해 독자는 저마다의 한 남자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해할 수 없던 우리의 아버지와 이해하려 한 적 없던 남편의 이야기, 고단한 삶 속에 자각하지 못한 자신의 자화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비탈진 길을 내려오면서 모처럼 아내의 손을 마음 두어 한번 잡아본다. 온기가 가냘프게 건너 온다.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마디가 투박하기는 하나 너무 애처롭다. 아내한테 너무 무심하게 대했던 지난날들이 잠깐이나마 송사리가 노니는 여울을 만들어 흐른다. 그동안 웃음소리가한 번이라도 울타리를 넘은 일이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그냥 따라오던 아내가 큰길로 들어서자 힐끔 쳐다보더니만 모처럼 잡은 손이 어색했던지 이윽고 빼낸다.

“이거 노소. 와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라노. 남들 보는구마.”

“허허 참, 너머질까 싶어 그런다.” (본문 중)

이응수 著/새움/336쪽/13000원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