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21)

“여보슈, 저기가 어딘지 아슈?”

잠깐 까무룩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툭 치면서 말을 건 사람은 옆 자리의 노인이었다.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내가 사는 오산으로 귀가하는 길이었고 전철은 막 수원역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노인이 가리키는 차창 밖을 보니 농촌진흥청(지난해 전북 전주로 이전)이었다. 한 발자국도 내딛지 않은 채 내 반생을 그곳에서 보냈던 곳이니 꿈결에선들 잊을 것인가. 그래도 짐짓 그 노인에게 물었다.

“모릅니다. 왜요?”

“그것도 모르슈. 저게 농촌진흥청이란 곳인데, 저X들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겄슈.”

그 노인의 말인즉 이러 했다. ‘농민들이 비료를 논밭에 쏟아 넣어서 죄다 산성화가 됐는데 그것 하나 해결 못하고 자빠져 자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의 지론은 우리 국민을 대변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환경론자들과 ‘아는 체 하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우리의 논밭은 화학비료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노인장, 그건 틀린 말입니다. 원래 우리나라 흙은 모암이 산성암인 화강암이라 흙도 산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연간 1천㎜ 이상 쏟아지는 비도 5.8로 산성이지요. 비가 게다가 좋은 양분을 다 훑어 씻어 버리기 때문에 흙이 산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아무 비료도 넣지 않은 산의 흙은 산도가 5.6정도이고, 밭은 6.1로 산성이니 농부가 꽤나 개량한 셈이지요.”

‘게다가 작물은 어떤 양분을 먹던지 배설하는 성분이 산성의 주범인 수소이온(H+)이라 흙의 산성화를 더욱 부추이고 있다.’고 좀 장황하게 설명했다. 나를 물끄러미 건너다보는 표정이 “아는 체하고 있네.”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퇴비는 안전한 비료이고 화학비료는 위험한 인공비료라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귀에 더께가 앉을 만큼 환경론자들이 떠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채소를 먹을 때마다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런데 정말로 이 주장은 무식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학친구들과 하는 식사자리에 상추 같은 채소를 들고 나에게 유난 떨며 물어보는 친구가 있다. “친구야, 이 상추 비료 줬을까?” 사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나도 모른다. 화학분석을 해봐도 알 수 없다. 어떤 비료든지 흙에 들어가면 이온(ion)으로 해리돼 뿌리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비를 주거나 화학비료를 주거나 식물체나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꼴도 다를 수가 없다. 그렇게 신경 쓰는 그 친구는 나보다 병원을 더 자주 들락거린다.

그렇다면 유기농산물이나 일반농산물이나 다 같다는 소리인가? 아니다. 그럼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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