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20)

호남에 사는 아제 한 분이 매우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그 댁 노인에게 무슨 변고나 났나 해서 긴장한 채로 귀를 쫑긋 세웠다.

“자네가 흙비료 박사라는 디 어디 말 좀 해보소. 소두엄은 분명 유기질비료가 아닌개벼? 그란디 소가 먹은 사료에는 미국인가, 호준가 허는 나라에서 온 옥수수가 들어 있다지? 뭘 주고 옥수수를 땄을까 물어봤더니 화학비료라는 게여. 그람 두엄이 워처기 유기질비료라고 헐 수 있단 말여? 꼴은 유기질이지만 내용은 화학비료가 아닌개벼?”

사실은 내가 강의시간에 해온 설명인데 돌아돌아 아제의 귀까지 도달한 모양인데, 내가 한 답까지는 미쳐 다 듣지 못한 모양이다.

맞는 말이다. 몇 년 전에 중국의 만주벌판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을 여행했다. 그날 달린 고속도로는 1,000km나 되었는데 종일 옥수수 밭만 보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달리면 옥수수 밭이 끝나느냐는 내 질문에 기사는 이틀을 더 달려 보았는데, 여전히 옥수수 밭이었다며 아직 자기도 끝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미국의 옥수수 지대인 중부지역은 한국의 수십 배(?, 나도 끝을 보지 못했다.)나 되는 면적에 옥수수를 재배해서 화학비료를, 그것도 비행기로 뿌린다. 그러니 유기농퇴비 운운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그러니 그런 유기질비료로 생산한 농산물은 무늬만 유기농산물이지 실제로는 화학비료를 주는 일반농산물과 다를 수가 없다. 진정한 유기농산물을 만들려면 산으로 가서 풀을 베다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야 한다. 그 퇴비를 주려고 하는데, 어럽쇼 이미 밭이란 밭, 논이란 논은 모두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준 화학비료로 축적돼 있다. 진정한 유기농산물이라면 화학비료 냄새도 맡지 못한 산으로 가서 밭을 일구고 만든 퇴비를 줘야만 옳다. 그런 진짜배기 유기농산물이 우리나라에 있기는 한 것인가?

‘유기농산물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3년 동안 화학비료(농약은 내 전공분야가 아니라 언급을 삼가하겠음)를 주지 않으면 흙에 축적돼 있던 화학비료 성분이 다 없어진다는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엄청나게 축적된 인산과 칼리는 5년 또는 그 이상 갈 수도 있다.

사실 양분이라는 면에서 보면 화학비료에서 나온 것이나 유기질비료에서 나온 것이나 꼭 같은 꼴인 이온(ion)으로 흡수된다. 때문에 식물체를 분석해도 화학비료에서 왔는지 유기질비료에서 왔는지 알 수 없다. 화학비료를 해롭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 속에 해로운 독성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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