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전북시대의 원예특작연구는
반세기의 성과와 잘못을 짚어보며
그 토대 위에서 새롭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

단순한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미래 100년 우리농업에서
무엇을 지향하고 실행해 나갈지
비전과 목표를 새롭게 세워
새로운 도약 기회로 삼아야"

농업은 더 이상 먹을거리 해결을 위한 1차 산업이 아니라 생명산업, 식품산업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농업은 인류의 생존문제가 걸린 생명산업으로서, 제조업 성장의 한계와 환경 및 기후변화, 자원의 고갈 등에 대응한 필수불가결한 산업으로 보다 다차원적인 산업이 융합된 성장산업이다. 특히, 원예특작 분야는 농산업의 다양성을 대표하는 분야로 소비자의 웰빙, 안전성, 다양성 요구 증대에 따라 날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예연구가 시작된 지 한 갑자를 넘었다. ‘씨앗은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이다.’라고 말씀한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를 초대원장으로 모시고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전신인 중앙원예기술원이 1953년 부산에서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원예특작과학원은 1967년 농업의 도시, 수원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으며 50년간의 수원시대를 마무리하고 전북혁신도시로 지난 3월 이전을 완료, 5월 19일 청사이전 기념식을 가졌다.  

지난 60년 동안 원예특작과학원은 세계 최고의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자 쉼 없이 달려왔다. 수원에서의 50년을 한마디로 정리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 원예특작산업의 근간이 된 것은 분명하다. 변변한 엇갈이 배추 품종하나 없어 외국에 의존하던 채소종자의 자급을 넘어 연간 4,000만 달러 이상 수출하는 종자 개발 선진국이 됐다.
겨울철이면 전국 방방곡곡 들판이 하얀 비닐로 덮여 백색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시설농업을 통해 연중 신선 농산물 공급체계가 갖춰 미국, 일본 등 농업선진국 들도 부러워하며 경이롭게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생명공학 기법을 활용한 품종개발 뿐만 아니라 각각의 품종에 알맞은 재배법, 수확 후 관리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방화 시대를 맞아 수출용 고품질 채소, 과수, 화훼 및 약용작물 품종 및 생산 기술 개발, 기후변화 대응 안정생산기술 개발,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기능성 소재 탐구·이용 기술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시농업을 통한 현대인의 정서적 안정과 치유 분야까지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은 전북시대에서는 원예특작산업이 세계에 우뚝 서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으로 만들고자 한다. 새 보금자리는 수원에 비해 면적이 크게 늘어났고, 첨단 연구시설을 확충하는 등 그동안 미흡했던 연구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수원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옮긴다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농업연구의 기반은 한 순간 또는 몇 년의 짧은 기간에 투자를 늘린다고 구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북시대의 원예특작연구는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고 그 동안의 성과와 잘못된 점을 짚어보며, 그 토대 위에서 새롭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지리적 이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100년 우리나라 농업에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무엇을 지향하고 실행해 나갈지, 비전과 목표를 새롭게 세워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R&D 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전을 계기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변화하는 시대를 앞장서 농산업의 6차 산업화와 창조농업 실천을 위해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래 원예특작 100년 역사의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자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