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역사문화기행 ①터키 이스탄불

▲ 이스탄불의 랜드마크, 무스크와 보스포루스 대교.(터키관광청 자료)

이슬람과 기독문화가 공존하는 활기찬 이스탄불
유럽과 아시아교역 중심지, 세계 최대의 국제시장

세계의 문화와 역사가 살아숨쉬는 터키와 그리스로 지난 4월27일~5월3일 다녀왔다. 종교문화의 메카 터키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5회에 걸쳐 해외문화 탐방기사를 연재한다.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터키,
이스탄불의 밤

실크로드의 마지막 종착역,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 길가에 화려한 튤립 꽃이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터키 이스탄불은 지정학적으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유일한 국제도시로 발전해 왔다. 길고 좁게 이어진 만(灣)인 골든 홈(Golden Horn)과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고 있어 실크로드의 종착역이자 유럽을 잇는 교역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처음 맞는 이스탄불의 밤은 보스포루스 해상 유람선이었다. 술과 음식이 갖춰진 선상에서 아랍문화권의 원조라 말하는 락 사르키(Raqs Balai, 민속춤) 발리댄스가 현란한 여인의 몸놀림으로 이어진다.
연간 200만 명이 찾는 역사와 종교문화의 도시,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연안을 따라 온갖 역사 문화유적이 야간 조명을 받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인구 1,500만의 거대도시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하고 보스포루스 대교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선상에서 손에 손을 잡고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연주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에 장거리 여행에 지친 이방인의 마음을 잠시 식혀준다.

▲ 보스포루스해협에서 본 이스탄불의 야경.

‘배가 산으로 간다’… 비잔틴 제국의 종말
이스탄불은 AD156년에 로마황제에 의해 로마의 식민지가 됐다. 콘스탄틴 대제에 의해 콘스탄티노플로 동로마, 또는 비잔틴의 수도가 됐다. 당시 40대의 비잔틴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와 21세의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 마호메드 2세의 리더십의 대결은 대단했다. 청년 술탄은 비잔틴제국의 해상봉쇄를 뚫기 위해 언덕에 레일을 깔고 배 72척을 끌어올려 내해(內海)로 진입시켜 비잔틴을 제압한 전략이 성공했다. 말 그대로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수사를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1,400년간 지속되던 로마제국을 보스포루스 해역의 전투에서 오스만의 술탄 마흐메드 2세에 의해 비잔틴 제국의 종말을 고하게 한 전투다. 한편 이슬람교가 기독교를 누르는 역사적인 사건이며 비잔틴의 수도 콘스탄노플을 오스만 제국이 점령하고 수도이름을 이스탄불로 바꿔 놓은 전투이기도 하다.
생동감 넘치는 밤 문화, 선한국민들 이스람과 기독문화가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놓은 활기가 넘치는 이스탄불은 국제도시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 세계 최대의 무역상가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 시장 내부.

동서양 교역중심지,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 전통시장
1445년 오스만제국의 술탄 마호메드 2세에 의해 건설된 세계 최초의 쇼핑센터인 그랜드 바자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중의 하나다.
실크로드를 따라 이스탄불에 도착한 동남아시아의 향신료, 양탄자, 유럽산 그릇, 장신구 등 동서양 문물이 유통되면서 세계 최대의 국제시장이 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으로 60여개의 통로에 총 5,000여개의 상점이 있으며, 외국인이 이스탄불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화려한 장신구, 금, 은 세공품을 포함해 보석류, 공예품과 특산품을 판매하고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무역이 활기를 띠는 세계 최대의 무역상가, 그랜드 바자르를 1시간만에 돌아보고 오기에는 일정이 너무 짧고 아쉬움을 더한다.

▲ 오스만제국의 행정중심지 톱카프 궁전의 정문.

이슬람 여인의 한이 서린 톱카프 궁전의 하렘
400년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제국이었던 오스만 제국의 행정의 중심지였던 톱카프 궁전은 이스탄불에서 명성이 높은 건물 중 하나다.
톱카프 궁전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보석관 등 전시품은 정복국가로부터 받은 선물들이 대부분이다. 이슬람 관에는 교조 무함마드가 생전에 쓰던 칼, 깃발, 활, 망토 등이 전시돼 있다. 보석관에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는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있고 중국, 인도에서 온 도자기, 세공품들도 눈길을 끈다. ‘하렘’은 전통적으로 일부다처제를 실시하던 이슬람 사회의 부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고 한다. 하렘은 이슬람 남자교도에게 ‘약속된 미인들로 가득찬 천국’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1,200명의 후궁을 거느린 술탄이 있었다고 하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들의 대부분 정복한 나라에서 데려온 젊은 여자들이었다. 평생 노예처럼 바깥출입도 하지 못하고 살다 그곳에서 죽었다고 한다. 술탄의 여성들의 한이 서린 하렘, 술탄의 정원에는 빨간 튤립이 만발했지만 한 많은 인생을 살다간 슬픈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튤립정원 끝자락 바르마라 해변이 보이는 작은 카페에 앉아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며 역사 속에 묻혀버린 권력의 무상함을 새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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