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⑬제주 꿩엿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단백질 풍부해 겨울철 감기예방에 좋은 꿩엿
한 번 만들 때 꿩 40마리…72시간 조리는 정성
가공 소득과 연계될 수 있도록 식단개발 추진
 

◆꿩엿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저마다 특색 있는 엿이 있다. 울릉도의 호박엿, 강원도의 황골엿, 무안의 고구마엿, 제주도에는 꿩엿이 특히 유명하다. 꿩엿은 과거 열량과 단백질이 부족하였던 시절에 제주도민에게 곡물의 당과 꿩의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또한 꿩엿은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몸보신에 좋아 제주 사람들에게 특히 사랑받아온 음식이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많아 위와 장에 무리가 없어 노인이나 회복기 환자의 보양식으로도 쓰였다. 꿩고기 자체에는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 등을 방지하는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 꿩엿의 역사
제주는 예부터 땅이 척박하여 농사일은 고되고 수확량은 많지 않았다. 육지와 달리 단백질의 공급원도 적었다. 그러나 제주의 한라산과 오름의 초지에는 열량과 고단백질의 꿩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꿩엿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꿩은 산란을 앞둔 겨울철 가장 살이 찌고 영양이 풍부하다. 농한기인 겨울의 제주 사람들은 여럿이 모여 꿩사냥을 하였다. 꿩사냥은 제주도민에게 절기 놀이이자, 중요한 세시음식이었다.

◆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꿩엿은 현재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제주민속식품이라는 제주향토음식업체에서 소량 생산되고 있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로는 첫째, 재료 확보가 어렵다. 꿩은 야생성이 강하여 사육이 어렵고 사육기간이 길어 경제성이 좋지 않다. 현재 제주도에 사육 농가가 2곳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다. 직접 가정에서 꿩엿을 만드는 경우 야생종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이마저도 꿩 사냥이 허가된 기간이 정해져 있어 이 기간 이외에는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꿩엿 주재료 중 하나인 차조도 제주도에서 적합한 수량 확보가 어렵고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둘째, 제조에 오랜 시간과 많은 공이 들어 제조법이 전수되고 있는 가정이 거의 없다. 꿩엿을 만드는 공정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도구들이 좋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 세대로도 전수되고 있는 집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셋째, 단맛을 내는 인스턴트 상품의 범람으로 전통적인 꿩엿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설탕이나 꿀, 등 단맛을 내는 값싼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오랜 시간과 공이 걸려 만들어지는 전통 엿은 산업화 된 식품과 시장에서 버거운 경쟁을 하고 있다.
보양이나 약의 측면에서 보면 과거 선조들은 음식을 곧 약으로 인식하여 많은 공을 들이고 섭생이라는 전체적 관점에서 보는 것을 당연히 여겼으나 요즘은 부분적 기능에 맞춘 인스턴트 화학약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전통적인 민간보양식품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 제주 꿩엿을 보존하기 위해서
‘맛의 방주’에 등재된 28개의 국내슬로푸드 중에서 제주향토음식은 총 8개에 달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등재된 숫자다. 제주도 내에 사라져가는 제주향토음식자원을 '맛의 방주'에 등재하려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개인적인 시민의 움직임이 활발한 탓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체적으로도 “'맛의 방주' 등재된 제주향토 음식을 활용해 식품가공산업의 실질적 소득과 연계될 수 있도록 식단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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