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인위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가족입니다.
그들은 언제든 만나고
언제든 노래할 수 있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나뭇잎이 싱그러운 계절입니다. 하늘은 맑고 산천초목들의 연초록 빛깔은 싱싱함과 푸르름을 더해 갑니다. 5월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가정의 달’이기 때문입니다. “야영을 준비하려면 남자 백 명이 필요하지만 가정을 이루는 데는 여자 한 명이면 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자는 집의 기둥이기에 그렇습니다. 좋은 아내는 빈집을 가득 채웁니다. 자기 가정보다 더 즐거운 곳은 없습니다. 가정에서는 벽도 내 편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모든 것이 자기를 위해서 존재하고 위해 줍니다.

어떤 가정이든 남모르는 고민과 아픔이 있게 마련입니다. 소리 내지 않고 흐르는 강은 없습니다.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좋은 가정은 가족 간의 유대, 결속이 강합니다. 요즘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저마다 삶이 빠듯하고 힘들어서 일게입니다. 가족이 있는 이들은 쉽게 넘어지지 않습니다. 버팀목이 되는 형제자매가 있기에 그렇습니다. 한 사람의 아픔을 가족 전체가 서로 나눌 때 가벼워집니다. 함께 기도하는 가족들은 함께 머물러 있습니다. 언제나 자기 집 부뚜막은 황금 같듯이 정든 자기 가정이 최고입니다.

예로부터 똑똑한 아내가 있으면 남편은 재난을 만나지 않고 효도하는 자식이 있으면 부모의 마음이 너그럽다고 했습니다. 가족은 꽃과 같이 향기 좋은 존재입니다. 되는 집은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립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하는 일마다 좋은 수가 생겨 잘된다는 뜻입니다. 삶이 어려울수록 가족 상호간의 협력정신이 요구됩니다. 가정에서는 가급적 작은 언쟁이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결코 반만 침몰하는 배는 없습니다. 가족은 좋든 싫든 간에 운명공동체입니다. 가족은 훈훈함의 다른 이름입니다. 온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대상이 있다면 그 대상 모두가 우리들의 가족입니다. 가족 모두가 무탈해야 나 자신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많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얼굴을 보며 표정만으로도 대화를 할 수 있기에 그러합니다.

가족은 집 밖으로 나설 때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올 때도 걱정이 없습니다.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습니다. 황사가 불고 짓궂은 날씨라 해도 그들의 머리 위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우산’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우산은 비가 오는 날 주인을 위해 자신은 비를 맞습니다. 자신의 몸을 적셔 자신을 찾은 이들의 몸을 보호합니다. 때론 황사나 바람을 막아줍니다. 그래서 가족은 편안합니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순수한 기도를 할 수 있는 게 가족입니다. 소설가 최인호는 “가정이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의 성소(聖所)다. 가정이 바로 교회요, 수도원이고 사찰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가정이 무너지는 일이 주변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가족 간의 다툼도 잦습니다. 부부간, 부자간, 모자간, 형제간 재산다툼으로 법적송사도 많아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작은 고기가 바늘과 같이 찌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은 무엇보다도 쓰라린 것입니다. 가정에서는 거의 네 것과 내 것이 없습니다. 모두 우리의 것이요, 공유재산입니다.

가정의 달에 거창한 행사보다는 가정이 무너지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정책적이거나 제도적으로 막아줘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가족입니다. 그들은 언제든 만나고 언제든 노래할 수 있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실로 크고 넓습니다.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가정의 달이 돼야 주변이 훈훈해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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