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1950년 6·25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민족적 대참화를 겪고난 뒤 국가재건의 최우선 순위로 내걸었던 정책의 하나가 가족계획정책에 의거한 산아제한이었다. 물론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못한 채로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했던 1960년대 초에는 실상 출산문제는 나중 문제였다. 1963년 내놓은 정부 표어가 그러한 궁핍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그러나 제1,2공화국을 거쳐 제3공화국인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새마을운동으로 나라의 틀이 조금씩 잡혀가고, 배고픔을 겨우겨우 면할 즈음에 이르자 가족계획정책은 제한적 출산장려로 급선회를 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71년 정부가 내건 산아제한 정책 표어인데, 이 무렵에는 남자들이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가면 훈련장 한켠에서 관할 보건소에서 나온 공중보건의들이 무료 정관수술을 해 주고 콘돔을 나누어 줬다. 인위적으로 출산을 제한시켰던 것이다. 그뒤 바로 이런 표어도 등장했다. ‘둘도 많다.’
‘저출산·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우리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2004년 이전까지는 출산장려와 산아제한, 남아(男兒) 선호사상과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계획 정책이 오락가락 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1978년),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세대’(1990년대),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2004년)
2004년 이후로는 경제불황의 여파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출산 장려정책을 폈다.
‘낳을수록 희망가득 기를수록 행복가득.’(2006년), ‘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더 행복합니다.’ ‘결혼과 자녀출산, 인류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 입니다.’
우리의 저출산 현상을 지켜보고 있던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지난 2006년 “한국은 저출산이 심각해 인구가 소멸하는 지구상의 첫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산율을 높이는 일은, 대전제가 젊은층이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려야 가능한 일인데, 요즘 경제불황에 따른 생활고(生活苦) 때문에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주택 매입’ 등 다섯가지를 포기한 소위 ‘5포세대(五抛世代)’란 신조어가 유행이란다. 채 피기도 전에 꺾인 꽃봉오리라니, 봄날 가듯 날개꺾인 젊은 청춘들의 삶도 그렇게 사위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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